[고석근 칼럼] 일생에 한 번은 고수를 만나라

고석근

이곳의 갈매기들은 조나단처럼 생각했다. 각자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노력해서 완벽에 도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바로 비행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위풍당당한 새였고, 매일 몇 시간이고 비행하고 어려운 기술들을 시험하며 보냈다. 

 

- 리처드 바크,『갈매기의 꿈』에서

 

 

모든 생명체에게는 자신의 능력을 한껏 꽃 피우고 싶은 ‘생(生)의 의지’가 있을 것이다. 나도 30대 중반에 이런 의지가 내면에서 마구 솟구쳐 올라왔다. ‘갈매기의 꿈’을 꾸는 조나단처럼 외쳤다. 

 

“저는 단지 창공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요.”

 

당연히 이런 외침은 세상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조나단의 부모가 말한다. 

 

“우리가 날아다니는 건 먹기 위해서다. 이점을 잊지 마라.”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게 아니야?’ 어디 가나 이 말을 듣게 된다. 우리는 최면에 걸린 듯, 단지 ‘먹고 살기 위해’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조나단은 비행의 지복(至福)을 포기할 수가 없다.

 

‘그는 생기 넘쳤고 기쁨에 파르르 떨었고, 두려움이 통제되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러다가 요란을 떨지 않고, 앞날개를 접고 짧고 각진 날개 끝을 뻗어 바다 쪽으로 곧장 날아 내려갔다.’ 

 

나도 나의 꿈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조나단은 무리에서 추방되었다. 나는 스스로 자유인이 되어 세상을 떠돌았다. 조나단은 어느 날, 광채를 지닌 두 마리의 갈매기에 이끌려 새로운 세계에 들어간다.

 

나도 광채를 지닌 사람들을 만났다. ‘아, 같은 사람인데, 저들은 어떻게 저렇게 멋있을 수가 있는가?’ 사람은 혼자서는 꿈을 꿀 수는 있으나, 혼자서는 그 꿈을 이룰 수는 없다. 반드시 같은 꿈을 꾸는 무리를 만나야 한다.

 

‘이곳의 갈매기들은 조나단처럼 생각했다. 각자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노력해서 완벽에 도달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들의 위풍당당함에 압도되었다. 거기서 나는 조나단이 스승 치앙을 만났듯이, 두 사람의 스승을 만났다. ㅈ 시민단체에서 만난 ㅈ 선생, 나는 그의 앞에서 술잔을 떨어뜨렸다. 나는 그 분의 향기에 취해 그분의 집에 가끔 찾아갔다. 또 한 분은 ㄱ 시인이다. 황소처럼 웃으시는 멋진 시인. 나는 그 두 분을 만나며 나의 삶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일생에 한 번은 고수를 만나라’고 한다. 그렇다. 고수를 만나 ‘먹고 사는 게 전부인 삶’이 아닌, 다른 삶을 눈으로 보아야 한다.

 

그래야 삶이 바뀐다. 나는 그 두 분을 만나고, 그 두 분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내 안의 ‘자기(自己)’가 반짝 눈을 뜨게 되었다. 누구나 내면에는 자기(영혼)가 있어, 영혼이 꿈을 꾼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람에게서 자신 안의 영혼을 보지 못하면 영혼은 깨어나지 않는다.

 

일생에 반드시 한번은 고수를 만나야 하는 이유다. 내 안에서 알 수 없는 마그마가 들끓을 때, 그 두 분을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자기실현(自己實現)’의 길을 가지 못했을 것이다. 

 

조나단이 갈매기의 꿈을 이뤘듯이, 나는 인간의 꿈을 이루고 싶다. 가장 높이 날아 가장 멀리 보고 싶다.

 

 

  송이송이 꽃 속에 

 고이고이 잠들어 

 붉은 꿈을 꾸어라. 

 노랑 꿈을 꾸어라. 

 오색 꿈을 꾸어라. 

 

 - 목일신, <아롱다롱 나비야> 부분 

 

 

나비는 붉은 꽃을 만나 붉은 꿈을 꾸고, 노랑꽃을 만나 노랑 꿈을 꾼다. 사람도 다른 사람을 만나고 다른 생명체와 사물을 만나며 꿈을 꾼다. 

 

이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꿈의 춤이다. 꿈이 이룬 꽃밭이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3.10.05 11:07 수정 2023.10.0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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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