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기 드 모파상이 '쥘르 삼촌'에서 말하는 사랑이 있는 세상

민병식

기 드 모파상(1850-1893)은 프랑스의 소설가로 에드거 앨런 포, 안톤 체호프, 오 헨리와 함께 단편소설 분야에서 세계적인 작가로 손꼽힌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자연주의 작가이며 플로베르에게 문학 수업을 받았고 에밀 졸라, 이반 투르게네프와 같은 리얼리즘 작가들과 친교를 나누었다. 10년간의 짧은 문단 생활에서 단편소설 약 300편, 기행문 3권, 시집 1권, 희곡 5편, 장편소설을 써 서머싯 몸, 오 헨리와 같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초기에는 귀스타브 플로베르와 에밀 졸라의 영향을 받아 리얼리즘 형식의 글을 써서 인기를 끌었으나 그 후 '벨 아미'라고 이름 붙인 자신의 요트로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성과 쾌락에 탐닉하다가 매독이 발병, 진행되어 1891년에는 자살을 기도 정신병원에 수용되었고 병원에서 4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단편소설로 ‘목걸이’, ‘비곗덩어리’ 등이 있고 장편 ‘어느 인생’ 등이 있다.

 

단편 ‘쥘르 삼촌’은 액자식 구성이다. 나의 친구 ‘조세프 다브랑쉬’는 구걸하는 거지 노인에게 5프랑이나 되는 돈을 적선한다. 이것을 보고 깜짝 놀라는 나에게 조세프는 자기 삼촌의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들려준다.​ 르 아브로 출신의 다브랑쉬 집안은 그럭저럭 살아가는 형편이었다. 특히 어머니는 궁색한 살림에 고통스러워 하였고 이러한 집안의 유일한 희망은 쥘르 삼촌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는 품행이 방탕해서 집안의 재산을 탕진하고 미국으로 떠났지만, 그곳에서 돈을 제법 벌었고 더 나아가 돈을 많이 벌면 돌아갈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편지를 보내왔다. 가족들은 십 년 넘게 연락이 끊긴 삼촌이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살고 있었다.​

 

그즈음 조세프의 누나가 결혼을 하였고, 가족들 모두 배를 타고 ‘제르세이’라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가족들은 선상에서 누더기를 걸친 채 굴 껍데기를 까서 팔고 있는 늙은 선원 한 명을 보게 되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가 쥘르 삼촌인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아버지는 배의 선장으로부터 그가 한때는 부자였지만 망해서 거지 신세가 되었고, 작년에 미국에서 돌아왔지만, 가족들에게 빚이 있어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부모님은 삼촌이 자신들을 알아볼까 두려워 조세프에게 굴 값을 치르도록 하고, 삼촌의 처지를 불쌍히 여긴 조세프는 그에게 50상팀을 팁으로 주었다. 그 일이 있던 이후부터 내 친구 조세프는 불쌍한 사람들을 보면 5프랑씩을 주곤 하였다.

 

모파상은 이 소설에서 인간의 허위의식과 따뜻함이라는 두 가지 상충 되는 면을 잘 대비하여 보여주고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쥘르 삼촌은 비록 가족들의 돈을 탕진하였지만, 그들에게 더 이상 짐이 되지 않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러한 삼촌의 모습 속에는 가족에 대한 양심과 배려가 숨어 있다. 삼촌에 대한 조세프의 마음도 따뜻하다. 삼촌이 구걸하는 모습으로 자신의 앞에 있지만, 그에게 혈육의 정을 느낀다. 이러한 따뜻한 마음은 불쌍한 사람들을 볼 때마다 5프랑씩을 주는 행동을 통해 드러난다. 반면, 가족들의 삼촌에 대한 태도는 싸늘하고 냉정하다. 그들은 삼촌이 부자가 되었다는 편지 내용을 접했을 때 그를 손꼽아 기다리지만, 거렁뱅이가 된 모습 앞에서는 그를 다시 떠맡게 될까 봐 외면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다브랑쉬 가족들에게 가족을 대하는 태도는 돈 뒤에 숨은 위선이었던 것이다. 

자연주의 소설가인 모파상이 말하는 것은 황금만능주의에 예속된 인간이 아닌, 그가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쥘르 삼촌과 조카 조세프가 보여주는 배려와 연민의 모습이다. 물질에 대한 탐욕과 이기주의가 인간 본성에 내재 된 선한 마음을 더럽히고 결국 이러한 모습들은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 국가, 인류에게까지 확대되어 인간성의 파멸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오는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쥘르삼촌의 양심이다. 비록 없는 형편이지만 삼촌 생각 때문에 가난한 자들에게 자신의 것을 나누어 주는 조세프의 베풂은 진정한 나눔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3.10.11 11:09 수정 2023.10.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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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