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대 뉴욕대 물리학 교수 앨런 소칼은 자신의 저서 『지적 사기』에서 포스트모던적 사회구성주의자들을 향해 “과학의 기본도 모르면서 과학을 우롱하는 사기꾼들”이라고,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이 과학의 기본을 모르면서도 다음과 같이 독자들을 속이고 있다고 폭로했다.
첫째, 확실하게 알지도 못하는 과학 이론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다.
둘째, 자연과학의 개념들을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에 도입하면서 최소한의 개념적 근거나 경험적 근거도 밝히지 않고 있다.
셋째, 엉뚱하게도 전문 용어를 뻔뻔스럽게 남발하면서 어설프게 유식한척한다. 과학에 무지한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무엇보다도 겁을 주려는 것이다. 일부 학자와 언론은 그 덫에 빠져들고 있다.
넷째, 알고 보면 무의미한 구절과 문장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 일부 저자는 의미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관심하면서 단어에만 외곬으로 빠져드는 심각한 중독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다섯째, 이들이 자신들이 과학적 능력이 미흡한데도 허풍 발언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이 당시 소칼 교수의 『지적 사기』는 학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일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만약 학생들이나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기 위해 알지도 못하면서 유식한 척 소칼의 주장처럼 어려운 용어로 강의하면서 인기를 누리는 학자나 강사들이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강의를 듣는 사람들도 강의 내용이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를 못 하면서도 서로 자신의 무지가 드러날까 봐 아는 척하면서, 솔직하게 강의에 대한 혹평도 못 하고 서로 눈치만 살피며, 명강의라고 칭찬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 이것은 바로 『지적 사기』를 당하고 있었으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지적 사기를 당하면서도 유명 인사를 초청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참 어이없는 일일 것이다. 또한 초청한 사람들에게 전혀 도움도 안 되는 강의를 듣고도 좋아한다면, 너무 기가 막히는 상황이 아니겠는가? 명사들이 강의하면서 청중들이 모르는 어려운 전문 용어를 쓰면서 자신의 지식을 과장한다면, 청중들은 자신의 무지와 무능감에 빠져 기를 펴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명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비싼 강사료를 지급하면서까지 엉터리 명사를 초청하여 강의를 듣고 있다면 참 우스꽝스러운 상황일 것이다. 그나마 언론과 방송에는 이러한 유명 인사의 명성을 유지해 주기 위해 이런 명사의 글을 실어주고, 초청 강의를 보도해주는 등 지속해서 『지적 사기』를 대중들에게 세뇌시킬 개연성도 가정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에 이 사기 사실을 알고 있는 지식인이 이 유명 인사의 『사기극』을 밝히게 된다면, 이 지식인은 대중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남을 헐뜯는 못된 사람으로 낙인을 찍고,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등 귀찮은 일만 벌어질 것이 뻔하므로 알고 있으면서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금 문학계 경우, 『문예지』 춘추전국 시대가 되어서 이들 문예지가 문인 칭호를 부여한 수많은 수준 미달의 문학인들이 대중들을 속이고 있는 한국적인 문학 풍토라면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엉뚱하게도 현대시의 원리조차도 모르면서 말도 안 되는 대중가요 가사 같은 시를 쓰는 시인이 유명 강사가 되어 이곳저곳 시 창작 강의로 불러 다니는 우스꽝스러운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이러한 명사들의 창작 강의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비싼 강사료를 주면서까지 불러들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이런 명사들은 반드시 교수라는 신분이 더 매혹적일 것이다. 대중들은 교수는 무조건 실력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교수에게 강의를 들어야만 심리적 허영심도 채울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주로 초청한다. 이들 강사의 실력도 모른 채 명사이니까 무조건 초청하여 『시적 사기』를 스스로 당하고 좋아한다. 그래서 이들 명사들은 지속적으로 『시적 사기』 행위를 하며 명사로서 대접받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강의를 주선하는 주최 측이 유명 인사를 초청하는 까닭은 아마 자신의 섭외 능력을 인정받게 되고, 강의가 끝나고 유명 인사와 함께 사진을 찍음으로써 자신의 부족한 존재를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복합적인 심리로 엉터리 인사를 유명 인사로 만들고, 또한 이들이 『시적 사기』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멍석을 깔아준 것일 것이다. 그리고 언론과 방송에서는 이들의 행보를 보도해줌으로써 유명 인사임을 강화해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에 우리나라는 곳곳에서 자신의 문인으로서의 입지를 굳히려는 문인들이 자신의 존재를 홍보하기 위해 엉터리 작품을 서로 발표하겠다고 야단법석을 떠는 바람에 전업 작가들의 밥줄을 끊어 놓았다. 사보나 발표 매체들에서 원고료를 받아 생계를 유지하던 작가들이 전업할 수 없게 되어버린 상황이다.
우리 주위에 교수나 직위, 또는 재력을 이용하여 알지도 못한 지식으로 『시적 사기』 행위에 해당하는 명사들을 초청하여 강의를 듣겠다면, 한 번쯤 앨런 소칼의 『지적 사기』 사건을 떠 올려보시기를 바란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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