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마음의 눈을 떠라

고석근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어린 왕자는 기억해 두려고 되풀이했다.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 왕자』에서

 

 

조선의 진정한 선비 남명 조식은 허리에 경의검(敬義劍)이라는 칼과 성성자(惺惺子)라는 방울을 차고 다녔다고 한다. 경의검에는 ‘내명자경 외단자의(內明者敬 外斷者義)’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안으로 자신을 밝히는 것은 경(敬)이요. 밖으로 과감히 결단하는 것은 의(義)다’라는 뜻이다. 경은 마음을 고요히 비운 상태의 마음이다. 우리가 마음을 텅 비게 하면, 천지자연과 하나가 되어 경외감(敬畏感),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이 된다.

 

이런 마음이 공자의 충(忠), 장자의 좌망(坐忘)이다. 조식은 이런 마음의 상태에서 의(義)를 행하려 한 것이다. 이런 마음이 아닌, 흔들리는 마음 상태에서 의를 행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자신도 모르게 ‘불의(不義)’를 행하게 된다.

 

우리는 의를 내세워 불의를 행하는 사례를 무수히 본다. 역사상 무도했던 독재자들뿐만 아니라 온갖 범인들까지 항상 의를 내세웠다. 자신이 잘못한다고 생각하면서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세상에는 ‘억울한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자신의 마음을 고요히 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이 세상을 맑게 비춘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훤히 알게 된다. 학창시절에 이런 것만 명확히 배워도 우리의 삶이 얼마나 빛나겠는가!

 

그런데 우리의 학교 교육은 이런 것을 배울 여유가 없다. 항상 마음이 와글와글해야 한다. 그 많은 지식들을 머리에 넣어야 하니 머리가 언제 고요할 수 있겠는가? 이런 흔들리는 마음 훈련을 오랫동안 한 우리가 의롭게, 행복하게 잘 살아갈 수 있겠는가?

 

조식이 차고 다닌 방울은 성성자다. 허리에 차고 다니는 방울은 늘 우리의 마음을 깨어 있게 할 것이다. 조금이라도 마음이 흐트러졌을 때, 방울 소리는 우리의 마음을 화들짝 깨어나게 할 것이다.

 

우리의 마음이 파도를 칠 때, 우리는 ‘작은 나’가 된다.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 된다. 이 세상이 아비규환이 된 건, 우리가 이 작은 나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서로 자신만 잘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세상에서는 어느 누구도 잘 살아갈 수가 없다. 인간은 타고나기를 사회적 동물이기에 그렇다. 모래알처럼 홀로 된 인간은 정신질환에 시달리게 된다.

 

삼라만상은 크게 보면, 거대한 하나의 생명체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의 가족이 되어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이 늘 성성(惺惺)하게 깨어 있어야 한다. 깨어 있지 않으면 우리는 작은 나가 되어 나쁜 사람이 되고 만다.

 

늘 깨어 있는 조식은 조정에 나가 벼슬을 하지 않고 산청군 덕산에 산천재를 짓고 아이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홍의장군 곽재우, 내암 정인홍, 송암 김면... 수많은 제자들이 의병 활동을 했다고 한다. 

 

조식의 가르침은 단순했을 것이다. ‘경과 의’ 항상 마음을 경건하게 하라! 그래서 의를 행하라! 우리의 학교 교육은 어떤가? 눈에 보이는 것들만 열심히 공부한다. 이 시대의 학문, 과학은 눈에 보이는 것들을 숫자화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아예 다루지 않는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마음의 눈을 떠야 한다. 우리가 마음을 고요히 하기만 하면 마음은 눈을 뜨게 된다. 조식의 삶은 이 시대의 본보기다. 우리가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는 데는 엄청난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돌로 눌러 놓았다

 깜깜한 밑에서

 노랗게 자기를 써 나갔다

 

 - 이안, <마음 하나> 부분 

 

 

우리의 마음은 늘 깨어 있다. 눌러 놓지만 않으면. 

 

돌로 눌러 놓으면 노랗게 자기를 써나간다. 언제고 반짝 고개를 쳐들고 일어선다. 바람처럼 햇살처럼 허공으로 날아간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3.11.16 11:30 수정 2023.11.1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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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