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질문하라

고석근

한번 질문을 하면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어린 왕자는 되풀이해서 물었다.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어린 왕자』에서

 

 

그저께 사회적 기업 ㅈ 카페에서 공부 모임을 가졌다. 다들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회원들의 뜻이 느껴졌다. 하지만 카페에서 알바를 하시는 분은 고충을 털어놓았다. 

 

“차라리 진상 손님은 괜찮아요. 매뉴얼대로 하면 되니까요. 회원들이 힘들어요. 계속 질문을 해요.”

 

지쳐서 기계처럼 일을 하고 있는데, 계속 질문을 하는 손님은 얼마나 성가시겠는가? 영화관, 식당, 카페에서 일하는 분들을 보면, 가끔 로봇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힘든 일을 견디기 위해 로봇으로 변신했을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서는 셀러리맨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벌레로 변신한다. 살기 위한 방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견딜 수 없으니까. 그는 벌레가 되어서야 비로소 평온을 찾는다.

 

어두운 구석에서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을 즐기게 된다. 그는 비로소 아이처럼 즐거운 것이다. 그는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얼마나 아이처럼 장난치고 싶었을까? 그는 속으로 수없이 질문을 했을 것이다 

 

“어른은 왜 아이처럼 장난치면 안 되는 거죠?” 

 

하지만 그 질문은 메아리처럼 되돌아왔을 것이다. 로봇으로 변신해서야 마음이 평온한 분들, 속으로는 수없이 질문을 했을 것이다. 

 

“우리는 왜 계속 질문만 받아야 해요? 우리도 묻고 싶다고요.”

 

하지만 그들은 경험적으로 알았을 것이다. ‘질문하면 나만 손해야!’ 계속 질문을 받고 응대하다 보면 지쳤을 것이다. 서비스 직종에 근무하시는 분들은 평소에 얼마나 고된 감정 노동을 해야 하는가? 그렇다고 사회적 기업의 회원들이 질문을 멈추면 안 될 것이다.

 

우리는 한때 ‘한번 질문을 하면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어린 왕자’였다. 우리의 삶이 자꾸만 시들어가는 것은 이러한 질문하는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질문하지 않으면, 우리의 정신은 성숙을 멈추게 된다. 인생은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인생은 오로지 우리가 찾아가는 해답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질문은 하나의 세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길을 가다 가끔 받는 질문이 있다. 

 

“도를 아십니까?” 

 

그 순간 우리는 하나의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그때 “도가 뭐죠?” 하고 질문하면, 그 세계 속에 갇히게 된다. 그 세계는 미로로 가득하다. 우리는 계속 헤매게 된다. 끝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 세계에 갇히지 않으려면, 우리는 질문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

 

“왜 그런 질문을 하시죠?” 

 

그러면 우리는 그의 도의 세계를 멀찍이서 보게 된다. 나의 세계를 지킬 수 있게 된다. 인간은 살아야 할 이유를 알게 되면, 어떤 난관도 헤쳐나가게 된다고 한다. 살아야 할 이유, 질문을 계속해야 알게 된다. 우리는 질문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사회적 기업을 만들었다. 따라서 아무리 힘들더라도 사회적 기업의 정신, 질문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은 아예 하지도 말며 

 확실한 쓸모가 없는 건 배우지 말고 

 특히 시는 절대로 읽지도 쓰지도 말 것 

 

 - 최영미, <행복론> 부분

 

 

시인은 이 시대의 ‘행복론’을 슬프게 노래하고 있다.

 

사람들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지친다. 다들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귀를 멍멍하게 한다.  

 

오, 제발 불행할 권리를 주소서!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3.11.30 08:46 수정 2023.11.3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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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