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서울, 옛집

전승선




나는 아직도 길 위에 있습니다. 저 너머엔 하얀 지붕과 낯익은 사람들이 오래 서 있습니다. 그 곳이 보일까 하여 발돋움으로 바라봅니다. 저녁 바람 속으로 지난날들이 찾아 올 때면 베갯잇에 얼굴을 묻고 별이 지는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눈물 속에는 떠나온 시절의 그리운 꿈이 흘러내리고 뒤란 살구나무 열매는 해마다 내 나이만큼 열리는데 그 곳은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수줍은 이름을 접고 고달픈 삶의 뒷모습을 따라온 것은 운명 속에 숨어든 사랑의 빈혈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이층 창가로 밤이 내리면 막막한 세월은 책 속으로 좀이 슬고 무시로 찾아와 나를 부르던 바다가 상도동 우체국 앞 신호등을 넘어갈 때 나는 더 이상 그 곳의 골목길을 걷지 않았습니다. 이제 저 편 그 곳에 놀이 내리고 빈 마당 가득 그리움이 눈물 꽃으로 피어나 나를 부르고 있습니다. 나는 아직도 길 위에 있습니다.

 

 

 




편집부 기자
작성 2019.06.26 19:30 수정 2019.06.26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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