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문을 숭상하고 무를 천시하던 시대에는 문인이 무식한 짓을 하면 용납하지 않았지만, 무인이 무식한 짓을 하면 근본이 무식한 자들이라 여기며 큰 문제로 삼지 않았다.
물론 문무를 겸비한 무인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을 숭상하는가, 무를 숭상하는가에 따라 타인의 인식은 인본 문제로까지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적어도 등단한 문인이라면 더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등단한 작가가 무식한 짓을 한다면 그게 용납할 일인가. 그 무식한 짓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문인의 최대 가치는 글쓰기다.
글쓰기를 게을리하면서 문학 단체의 직함에 열중하거나 문단 정치에 집착하는 짓, 글로 말해야 함에도 온갖 이간질과 비인간적인 행위를 동원하는 짓, 글의 수준과는 무관한 짬짜미로 상과 상금을 받는 짓, 국민의 혈세로 조성한 각종 문예 보조금 혹은 지원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며 착복하는 짓, 문단 회원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할 돈을 특정인에게 돌아가게 하거나 개인이 착복하는 짓, 문단의 직함이 자신의 글 수준인 양 거들먹거리는 짓 등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적어도 등단 작가는 이런 짓을 멀리해야 한다. 국민의 정신세계를 이끌어 간다는 사명감으로 글쓰기에 힘써야 한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국민 정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문인이 무인보다 무식한 짓을 더 많이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마음이 아프다 못해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문인이여,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쯤은 인식하고 의식하자. 보통 사람이 다 아는 이치조차 외면하며 살지 말자. 세상을 깨우치는 글, 세상을 바꾸는 글,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는 글 등을 창작해내는 일도 문인이 해야 할 몫이다. 이를 외면하는 것도 무식한 짓이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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