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 책] 전범

김용필 지음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광기가 만들어 낸 태평양전쟁, 어쩔 수 없이 그 폭풍 속으로 휩쓸려간 조선과 일본의 젊은이들은 전범이 되었다. 역사의 격동기에 전쟁의 희생자가 된 한국인들은 전범이라는 최악의 불명예를 안고 세상이 버린 몸이 되었다. 그러나 진실은 거짓을 이긴다. 진실은 우리에게 신중하면서 사실에 입각한 기억을 요구한다. 미약하고 나약한 개인의 진실이 아니라 광기와 야망으로 얼룩진 한 국가의 역사를 심판하는 진실을 요구한다.

일제 36년 동안 1,000만 명의 조선인 청장년들을 강제징용으로 징집되어 현역군, 학도병, 군속, 광산노동자, 군수품 제조공장, 위안부로 끌려갔다. 이 중 400만이 돌아오고 600만이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500명이 전범으로 처벌을 받았다. 더 통탄할 일은 돌아오지 못한 그들 중에 2,000여 명이 일본군 전쟁 영웅으로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 안치되어 있다. 이것은 역사의 오류인 동시에 역사의 연민이다. 아시아에서 태평양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벌어진 연합군과 일본군의 전쟁 속에서 우리 민족은 전쟁 당사자보다 더 참혹한 고통을 겪으면서 살아남았다.

이 불행의 역사를 찾아 나선 주인공 역사소설가 김상혁과 일본인 작가 사유리는 취재 중에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러나 거듭되는 우연의 가면 속에 엄청난 인연으로 엮인 실타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두 사람은 태평양전쟁이 일어났던 현장을 찾아간다. 그 현장에서 발견한 두 집안의 인연과 악연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절망에 빠진다. 태평양전쟁에 참전한 상혁의 할아버지와 사유리 할아버지의 전쟁기록을 찾아가면서 참혹하고 가슴 아픈 역사여행은 계속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전범’은 실존 인물들을 통해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며 아찔하고 짜릿한 역사의 광기를 리얼하게 풀어내고 있다. 지옥의 문을 열고 돌아온 위안부 할머니와 전쟁영웅이 되어 야스쿠니 신사에 안치된 할머니의 남편, 산 자가 죽은 자로 둔갑해 가짜 전쟁영웅이 되어 야스쿠니 신사에 안치된 사유리의 할아버지, 그리고 그들의 후손들은 시대의 물결에 휩쓸린 가해자였으며 피해자였다. 그 역사의 현장 위에서 진실과 거짓의 파노라마가 파도처럼 펼쳐지는 강력하고 위험한 이야기 ‘전범’이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자연과인문 펴냄 / 김용필 지음

 

작성 2023.12.14 09:45 수정 2023.12.1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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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