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수 칼럼] 역사적 사실과 비교하면서 본 영화 '노량' 관람기

이봉수

이순신 장군의 일생은 가감 없이 한 편의 드라마다. 마지막 싸움에서 전사하며 임진왜란의 대미를 장식한 노량해전 역시 있는 그대로가 한 편의 영화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노량' 영화는 역사적인 팩트와 대비해서 볼 때 사족을 너무 많이 갖다 붙인 허구다. 작가나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는 알지만 사실을 너무 다르게 묘사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1597년 칠전량해전에서 원균이 패배하면서 다 없어진 거북선이 1598년의 노량해전에서 왜 등장해야 하나. 거북선이 없으면 영화가 안되는지 몰라도 정말 너무했다. 거북선이 무슨 괴물인가. 포를 쏘다가 적선과 좌충우돌하면서 적선을 격파하는 데 이것을 ‘명량’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충파(衝破)로 보기에도 너무 민망하다. 거북선이 근접 포격으로 적선을 당파(撞破) 하는 돌격선임을 간과했다.

 

이순신 장군의 아들 이면이 아산에서 일본군과 싸우다 죽은 날은 노량해전이 있기 1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그 사건이 마치 노량해전 직전에 있었던 것처럼 묘사하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이순신 장군이 악몽을 꾸고 '통곡'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아들의 전사 소식을 전하는 편지를 받은 것도 1597년 명량해전 직후 서해를 떠돌던 시기의 이야기다. 이면을 죽인 일본군을 명나라 군대가 잡아와 이순신에게 인계하면서 복수를 하라고 하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안골포에서 포로로 잡은 일본인 준사가 명량해전에서는 이순신 곁에서 적장의 시신을 보고 마다시라고 확인해 주는 기록이 있지만 노량해전에까지 나와 큰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 근거를 찾기 어렵다.

 

진린과 이순신은 갈등이 있었지만 노량해전 개시 직전에 의기투합하여 함께 싸우기로 약속을 했는데, 최후의 결전지인 관음포 앞바다에서까지 일본군의 퇴로를 열어줄 것인지 말 것인지를 놓고 서로 언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넌센스다.
 

전투 개시 초반에 조선수군이 화공 작전을 펼치면서 항아리 속에 기름을 담아 투척한 후 불화살을 쏘는 장면도 사실과 다르다. 신화(薪火)라는 나뭇단을 던져서 불화살을 쏜 것이 팩트다. 대포를 쏘면 2차 폭발을 하고 화염이 치솟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당시의 포탄은 대부분 직격탄이었고 2차 폭발을 하는 작열탄이 아니었다.

 

시마즈 요시히로의 일본군이 이전에 조선군으로부터 노획한 대포를 함선에 대량으로 장착한 것도 과장된 것이다. 일본 배는 함포를 쏘면 진동으로 깨지는 구조적 결함이 있다. 그런데 수많은 함포를 발사하여 조선수군의 거북선을 격침시키는 장면도 나온다. 아무리 영화라고 해도 너무 심한 사실 왜곡이다. 그리고 거의 없었던 등선육박전이 왜 그렇게 많이 나오는지도 이해하기 힘들다.

 

조명 연합수군을 협공하기 위하여 순천 예교성에 있던 고니시 유키나가가 많은 배를 이끌고 나오는 것도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 협공은 조명 연합수군이 서진해 오는 시마즈 요시히로의 대군을 맞아 좁은 노량해협에서 펼쳤다. 조선수군은 우측방을 맡고 명나라 수군은 좌측방을 맡아 합동작전을 펼쳤을 뿐이다. 예교성에서 구원군을 기다리던 고니시는 해전이 벌어진 틈을 타 여수해협을 통해 남해 바다로 도망쳤다.

 

구국의 일념으로 철군하는 왜군의 배 한 척도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이순신의 결의와, 적탄을 맞고 순국하면서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했던 살신성인의 정신을 극적으로 묘사한 부분은 높이 평가된다. 그렇다고 역사적 사실을 심하게 왜곡한 것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영화 '노량'은 그냥 영화로 봐야 한다. 세세한 부분에서 보면 역사적 사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픽션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물량주의와 상업주의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지금까지 이순신 시리즈 영화가 3편이나 나왔지만, '명량'이 그래도 나았고 '한산'에 이어 이번에 개봉한 '노량'은 역사 고증 측면에서 실망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항변하기엔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이봉수]

이순신전략연구소장 
https://yisoonsin.modoo.at 

 

작성 2023.12.21 11:18 수정 2023.12.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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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