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2022) 만난 시인(문인) 가운데 자신의 창작 근원을 영감에서 찾는 사례가 의외로 많았다. 그 가운데 두 사례만 언급한다. 한 시인은 거품을 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자신은 시를 쓰기 전에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며 하나님으로부터 계시적 영감을 받아 그대로 받아 쓴다고 피력했다.
그의 말대로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계시한 시라면 최고의 완성도에 도달해야 마땅하다. 그의 시는 입문 수준의 함량 미달이었다. 그 계시를 받은 시의 수준이 함량 미달이라는 것에 창조주의 능력을 대입해 보면, 태초에 천지 창조를 했다는 말 그 자체도 새빨간 거짓말인 셈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들은 거짓말 가운데 으뜸이었다.
한편, 일면식도 없는 분의 전화를 받았다. 그도 시의 창작 근원을 영감에서 찾았다. 그는 영감설을 주장한 서구의 여러 유명 시인과 이론가를 나열하기도 했다. 그는 파편적인 지식의 나열이 어처구니없는 오류임을 알 턱이 없을 것이다. 그가 창작한 대부분 시도 함량 미달이라는 점에 자꾸 시선이 갔다.
대한민국 학제에서 정상적으로 공부하였다면 이런 얼토당토않은 말을 할 수가 없다. 우리의 학제는 이성주의, 합리주의, 과학주의에 바탕을 둔 교육 제도이다. 이런 학제 아래서 의무교육 이상의 교육을 받은 자들이 할 말은 아니다. 우리 학제는 진화론을 중시하는 반면, 창조론은 완전히 배제한다. 그 이유가 이성주의, 합리주의, 과학주의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혹여 ‘직관’과 ‘상상력’을 ‘영감’으로 착각한 것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문예 이론을 깊이 있게 연구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문학에서 ‘형상화’와 ‘이상화’는 대단히 중요한 문장 기법이다. 사전적 의미로 ‘형상화’란 “형체로는 분명히 나타나 있지 않은 것을 어떤 방법이나 매체를 통하여 구체적이고 명확한 형상으로 나타냄.”이다. 형상화의 주 도구는 은유이다. 이 ‘형상화’는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라 이성적 사유의 산물이다.
즉, 형상적 사유의 산물, 직관적 사유의 산물이다. ‘이상화’란 “현실을 그대로 보지 않고 이상에 비추어서 보고 생각하는 일.”이다. 이상화의 도구는 직유, 은유, 환유이기도 하다. 이 ‘이상화’는 상상력의 산물이다. 즉, 창조적 상상력 이전 단계인 재생적 상상력의 산물이다. 이처럼 이들은 영감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그러함에도 일부 시인은 ‘형상화’와 ‘이상화’마저 ‘영감’이라 착각하며 이를 옹호하고 추종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만일 시인 스스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하여 여러 유명 이론가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영감설을 옹호하고 있다면, 지식의 오류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 아주 단편적인 지식을 진리의 전부인 양 착각하는 사례일 수 있다. 파편적인 지식을 통합하고, 종합하는 연구 과정을 생략할 때 당연히 발생하는 문제이다.
이런 사례는 양적․질적 연구의 부족 현상이 낳은 결과이다. 오랜 연구를 해 온 연구자조차 오류를 범한다. 연구 부족에서 오는 오류를 진리인 양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문제는 독서량 부족에서 온다. 늘 독서를 통해 자신의 지식을 되짚어보고. 점검해야 한다. 그것이 시인의 길이다.
유럽의 산업 혁명 이후 인류 문화와 문명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것은 상상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시인도 창작의 근원을 상상력에서 찾아야 한다. 그 가운데 재생적 상상력에 머물지 말고 창조적 상상력에서 찾아야 한다. 이것이 현시대의 진리이다.
시인이여, 아직도 창작의 근원인 상상력의 힘을 믿지 못한다면 창작 행위를 그만두시라! 영감을 추종하는 무속적인 삶을 사는 것이 더 행복할 것이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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