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병마절도사나 수군절도사 아래에는 그들을 보좌하는 부직(副職)인 우후(虞候)라는 관직이 있었다. 병마절도사를 보좌하는 병마우후(兵馬虞候)는 종3품의 품계였고, 수군절도사를 보좌하는 수군우후(水軍虞候)는 정4품의 품계였다. 우후는 군령을 전달하거나 절도사를 대신하여 군사 훈련이나 무기 점검 등을 위해 진포(鎭浦)를 순행하였으며, 절도사 유고 시에는 임무를 대행하기도 하였다
임진왜란 시기 전라좌수사를 지낸 충무공 이순신에게는 그를 보좌한 전라좌수영 우후 이몽구가 있었다. 이순신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난중일기』나 『임진장초』와 같은 사료를 통해 이몽구의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는 당포해전, 당항포해전, 부산포해전 등에 참전하여 많은 공을 세운 장수로서 『난중일기』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하나이다.
이몽구의 본관에 대해서는 자기 가문의 인물이라고 주장하는 곳이 몇군데 있다. 필자가 본 것만해도 3곳 정도인데, 아마 동명이인이 여러 명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 같다. 이몽구의 본관이 어디인지 명확히 입증할 방법이 있을까? 다행히 『난중일기』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가 있다. 『난중일기』의 1595년 5월 8일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난중일기』 1595년 5월 8일
저물기 전에 배를 돌려 진으로 들어왔다. 종사관(유공진)과 우후(이몽구)는 모두 방회 때문에 뒤쳐졌다.
[원문] 從事官與虞候 皆以榜會落後
종사관 유공진(柳拱辰)은 3일 전인 5월 5일 한산도 통제영으로 새로 부임해 왔는데, 5월 5일 일기에 그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다. 유공진의 자는 백첨(伯瞻), 본관은 진주(晋州), 생몰년은 1547년~1604년이며, 장유(張維, 1587~1638)의 『계곡집(谿谷集)』 권13에 수록된 그의 묘비명(墓碑銘)에 신상과 행적이 자세히 실려있다. 그 묘비명에는 그가 을미년(1595년)에 남쪽 변방으로 내려가 통제사를 보좌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난중일기』의 기록과 일치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5월 8일 일기에 종사관 유공진과 우후 이몽구가 함께 했다는 방회(榜會)는 도대체 무엇인가? 과거시험의 합격자를 알리는 방목(榜目)에 이름이 함께 오른 동기생들은 '동방(同榜)'으로 불렸으며, 이들의 모임은 '방회(榜會)'라고 하였다. 방회는 주로 동기생들 사이의 친목을 다지기 위한 회합으로서 조선시대 문헌에는 이를 기념하기 위한 시와 같은 기록이 많이 전하며, 방회를 주제로 그린 그림인 방회도(榜會圖) 또한 여러 작품이 현전하고 있다. 즉, 5월 8일 일기의 내용은 유공진과 이몽구가 과거시험의 동기임을 의미한다. 두 사람이 과거에 급제한 것을 기록한 해당 방목도 현전하므로 이를 입증할 수 있다.
위에 나타난 유공진과 이몽구의 방목을 비교해보면 두 사람 모두 1583년에 과거에 급제하였다. 한산도 통제영으로 부임한 유공진이 이몽구를 만난 뒤 서로 과거 동기임을 알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함께 방회를 가진 것을 상상할 수 있겠다. 방목에는 본관이 기록되므로 이를 통해 우후 이몽구의 본관을 확인할 수 있다. 위 방목에 따르면 이몽구는 전의이씨이다. 『전의이씨족보(全義李氏族譜)』를 살펴보면 이몽구는 전의이씨 도절제사공파(都節制使公派) 파조 이승간(李承幹)의 6대손이며, 족보에 기록된 이몽구의 아버지 이원준(李元濬)의 이름은 위 방목에도 똑같이 나타난다. 아무쪼록 우후 이몽구의 본관과 관련한 논쟁의 해결에 본 글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참고자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고전종합DB, 장유(張維)의 『계곡집(谿谷集)』
배진희/이은주, 2018, 『문화재』 제51집(4), 「<회경루방회도>속 인물들의 복식 고찰」, 국립문화재연구원
[윤헌식]
칼럼니스트
이순신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저서 : 역사 자료로 보는 난중일기
이메일 : thehand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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