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윤회 관련 동화를 쓴 적 있다. 개연성의 허구 이야기를 창작한 것이다. 종교인이 아니라서 자유롭게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해 보았다.
만일 기독교인이 일기나 수필 등 자전 글에 “내가 다시 태어나면”, “이런 연유로 예수님 말씀을 따른다.”, “그런 인연으로 만났다.”라고 표현한다면, 신앙심에 문제없을까?
성직자나 교회 직분을 가진 문인의 글에서 이런 표현을 접할 때면 웃음이 절로 난다. 특히 종교 동인지에 수록한 신앙 수필에서 이런 표현을 접하면 가짜 교인임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신앙 수필은 신앙 고백의 글이다. 그들은 대화 중에도 대수롭지 않게 ‘윤회설’과 ‘연기설’을 옹호하듯 말한다. ‘윤회’(윤회설), ‘인연과 연유’(연기설)가 불교, 힌두교의 교리인 줄도 모른다.
예수의 부활을 인간의 다시 태어남, 거듭 태어남으로 착각한다. 예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섭리’가 아닌 ‘인연’과 ‘연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신앙심이 돈독한 기독교(천주교, 개신교)인은 ‘하나님의 섭리’를 믿는다. ‘인연’과 ‘연유’라는 말은 입 밖에도 꺼내지 않는다. 나아가 ‘믿음으로 영생을 얻을 것’이라는 확신에 찬 목소리를 낸다.
가짜 교인들은 인간관계를 ‘하나님의 섭리’와는 무관한 ‘인연’과 ‘연유’에 의한 ‘연기’라 믿는다. 또한, 인간의 ‘다시 태어남’이 기독교의 교리라고 여긴다. 모태 신앙인으로 70년을 넘긴 사람조차 ‘윤회’, ‘인연’, ‘연유’를 바탕으로 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심지어 가짜 교인들은 영혼이 나무나 돌에도 깃들고, 죽은 생물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음을 표현한다.
물신숭배(애니미즘, 종교학의 페티시즘) 화소(話素)를 성경과 믿음의 말씀처럼 표현한다. 나아가 하나님 안에서의 무소유와 불교의 무소유를 동일시하는 표현도 한다. 한국 교회에는 가짜 교인이 많다는 증거이다.
믿음과 관련 없이 사업 목적상 혹은 인간관계 구축을 목적으로 출석하는 교인이 존재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가짜 교인은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 그들이 속한 단체에서는 대부분 나쁜 인간으로 통한다. 온갖 골통 짓을 다 한다. 결국, 그들은 ‘예수쟁이들!’이라는 손가락질의 빌미를 제공한다. 그로 인해 돈독한 신자들마저 도매금 취급을 받는다.
반대로 불교인이 윤회 바퀴 자체를 부정한다면 문제가 없을까? 불교는 자기 깨달음의 종교라서 크게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신 중심의 기독교와는 달리 인간 중심의 종교라서 사유의 폭이 넓다.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종교의 다양성을 존중한다. 이런 까닭에 개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분명한 것은 한국 교회의 교인이 많이 줄었다. 출석 교인 가운데 가짜 교인의 목소리가 높은 시대이다. 한국 교회에 걸린 십자가의 표상은 온전한가?
한국 불교에도 가짜가 존재한다. 아주 소수이긴 하나 산사에서 도박판을 벌이고, 술도 마신단다. 심야에 유흥가 고급 술집에서 불콰하게 한잔한단다. 대웅전에 인자하게 앉은 부처의 표상은 온전한가.
종교인들이여,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 특히 기독교인의 신앙 수필이라면 적어도 교리에 입각한 표현과 논리를 전개해야 할 것이다. 불교와 힌두교의 교리를 기독교의 교리인 양 표현하지 말아야 한다. 종교계에서는 신앙 수필을 ‘신앙 고백서’로 인정한다. 이미 발표한 신앙 고백서는 수정도 할 수 없다. 그 자체가 신앙 고백의 기록임을 명심하자.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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