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지중해 중부에서 지속되는 난민 학대

인명 경시 명확히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

안전을 찾아 지중해 중부를 건너는 피난민들이 보트 하나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2024년 3월. ©MSF/Stefan Pejovic

 

수색구조선 지오배런츠(Geo Barents)호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에 따르면, 3월 16~17일 주말 사이 유럽연합(EU)의 자금 지원을 받는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안전을 찾는 수백 명의 사람들의 목숨을 고의로 위협하는 폭력 행위가 두 차례 목격되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유럽연합과 회원국들이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대한 자금 및 물적 지원을 즉시 중단하고 리비아로의 강제 송환을 고의로 부추기는 행위를 멈출 것을 촉구한다.

 

“유럽연합과 회원국들은 피난민들이 유럽 해안에 도착하는 것을 막겠다는 단 하나의 목적에 혈안이 되어 폭력적인 ‘밀어내기(pushback)’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리비아 난민과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익히 알려진 극악한 처우와 학대 행위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후안 마티아스 길(Juan Matias Gil) / 국경없는의사회 수색구조 활동 책임자

 

2024년 3월 15일 금요일,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유럽연합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밀어내기 행위를 목격했다. 해당 사건은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책임 수역에서 명백히 벗어난 공해상 몰타 수색구조(SAR) 구역에서 발생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을 제공하고 생존자들을 안전한 장소로 옮기겠다고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몰타 당국과 유럽 국경 관리기관 프론텍스(Frontex)는 이탈리아가 기증한 리비아 해안경비대 소유 순찰선을 동원하여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가로막고 리비아로 강제 송환했다.

 

다음 날인 2024년 3월 16일 토요일, 이탈리아 정부가 기증한 또 다른 리비아 해안경비대 순찰선이 국경없는의사회의 구조 활동을 2시간 넘게 공격적으로 방해해 국제 해역에서 목선을 타고 있던 조난자 146명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렸다. 리비아 해안경비대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에게 직접적으로 보복 위협을 가하며 구조 활동을 중단시키고 국경없는의사회 소유 구조선에 강제로 승선해 모든 생존자를 리비아로 데려가려고 시도했는데, 이때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이미 생존자들을 지오배런츠호로 옮기기 시작한 뒤였다.

 

한편, 또 다른 조난 보트가 약 50 해리 떨어진 곳에서 표류하고 있었는데, 유리섬유로 만들어진 해당 보트에는 75명이 타고 있었고 물이 심하게 차오르고 있었다. 정오 무렵에 상황을 인지한 리비아 당국은 순찰선을 보냈다고 거듭 말했지만, 10시간이 지나도록 리비아 해안경비대로부터 아무런 구조 작전이 없었다.

 

해당 사건들은 지중해 중부에서의 수색구조 역량 부족과 본질적으로는 유럽연합 및 회원국들의 철저한 인명 경시를 명확히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다.

 

2017년 이후, 유럽연합과 이탈리아는 난민들이 유럽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물자를 공급하고 훈련을 제공하는 데 최소 5천9백만 유로를 지출했다. 유럽연합은 조난자들을 안전한 장소로 대피시키기 위해 주도적인 수색구조 역량에 투자하거나 비정부기구 수색구조선을 동원하는 대신, 사람들이 신체적 폭력과 성폭력, 강제 노동과 갈취를 겪고 있는 리비아로 강제 송환하는 쪽을 택했다.

 

이후 국경없는의사회 수색구조선 지오배런츠호는 이탈리아 당국으로부터 법령에 따른 20일 억류 처분을 받았다. 이 법안에 따라 인도주의적 활동을 하는 선박에 이런 처분이 내려진 것은 20번째다.

 

작성 2024.04.02 10:51 수정 2024.04.02 11:12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천보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