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책] 하하 웃지 않으면 그대는 바보

전승선 지음

 

잔잔한 사유의 노마드

새로운 땅, 새로운 경작지를 찾아 생각을 유목하고 시간을 유목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사유의 불모지를 개척하는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소유이기 때문이다. 젊은 날은 젊은 날 대로 격정의 파도를 넘으며 성장했다. 깨지고 흔들리지 않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전승선 작가의 ‘하하 웃지 않으면 그대는 바보’는 때론 방황하고 때론 부조리한 모순과 싸우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잔잔하고 슴슴하게 써 내려간 글이다. 글을 쓰는 건 가슴이 먹먹하기 때문이다. 삶이 눌러대는 중력의 힘을 감당할 수 없어 쓰고 또 쓰며 살아야 했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니 조금씩 길이 보이고 자기 힘으로 돌아가는 바람개비처럼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깊은 숲속 오솔길을 산책하듯 그렇게 쓴 글들이 모이고 모여 강물이 되어 흐르고 있다. 흐르면서 바위에 부딪히기도 하고 탁류를 만나기도 하며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하하 웃지 않으면 바보라고 한 백거이의 시를 제목으로 삼았다. 전승선 작가는 웃지 않고 살았던 시절의 고통을 이제는 담담히 바라보게 되었다고 한다. 고통도 욕심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고 잔잔하게 읽을 수 있는 이 작품은 수필이 주는 관조의 힘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부족한 건 웃음이다. 소소한 웃음, 소박한 웃음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 ‘하하 웃지 않으면 그대는 바보’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써 내려간 잔잔한 수필집이다. 글숲에서 사유의 불모지를 가꾼 작가의 땀방울이 보인다. 잘나거나 특별한 것이 없어도 향기가 난다. 사람의 향기다. 하지만 공허도 보이고 실패도 보인다. 절망도 있고 희망도 있다. 전승선 작가의 ‘하하 웃지 않으면 그대는 바보’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들을 엮었다. 지옥 없이 사는 게 지옥이고 천국 없이 사는 게 천국이듯 희로애락이 흐르는 물처럼 녹아 있다. “달팽이 뿔 위에서 무엇을 다투는가 부싯돌 불꽃처럼 짧은 생을 살거늘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풍족하면 풍족한 대로 웃으며 살자 하하 웃지 않으면 그대는 바보”라고 백거이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도 하하 웃으며 살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묻고 있다.


전승선 지음 / 하하 웃지 않으면 그대는 바보 [전자책] : 자연과인문 (naver.com)

 

작성 2024.04.24 08:27 수정 2024.04.2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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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