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다윤 시인] 여름 산사

여름 산사

 

 

여우비가 무시로 들이치던 날

처마끝 목어는

고통의 바다를 건너왔는지

숨이 가쁘다

 

목어의 숨소리를 들으며

큰 스님 눈을 감는다

머언 옛날

사바 세계에서 본

원숭이와 코끼리는

고통을 공처럼 말아

서로 주고 받았고

싯달타와 가섭은

문답놀이에 열중했다

 

그러다가 깜박 잠이 든 스님은

목어의 울부짖음에

눈을 뜬다

 

산사 뒷뜰에는

여우비를 맞은 잎사귀들이

"세상은 다 그런 것"이라며

초연한 웃음을 흘리며

초록으로 초록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해 여름

큰 스님

오래된 체증 같았던 화두를 풀어

깨달음의 나무로 다시 태어났다

 

처마끝 목어의 울음소리가

잔잔하게 흔들렸다.

 


자료제공 : 도서출판 다경

이시우 기자
작성 2019.07.25 13:24 수정 2019.07.2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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