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산사
여우비가 무시로 들이치던 날
처마끝 목어는
고통의 바다를 건너왔는지
숨이 가쁘다
목어의 숨소리를 들으며
큰 스님 눈을 감는다
머언 옛날
사바 세계에서 본
원숭이와 코끼리는
고통을 공처럼 말아
서로 주고 받았고
싯달타와 가섭은
문답놀이에 열중했다
그러다가 깜박 잠이 든 스님은
목어의 울부짖음에
눈을 뜬다
산사 뒷뜰에는
여우비를 맞은 잎사귀들이
"세상은 다 그런 것"이라며
초연한 웃음을 흘리며
초록으로 초록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해 여름
큰 스님
오래된 체증 같았던 화두를 풀어
깨달음의 나무로 다시 태어났다
처마끝 목어의 울음소리가
잔잔하게 흔들렸다.
자료제공 : 도서출판 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