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김동식 단편 '사망공동체'가 말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민병식

김동식(1985 ~ )작가는 경기도 성남 출생으로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주민등록증이 나왔을 때, 바닥 타일 기술을 배우기 위해 대구로 독립해 올라왔으나 여의치 않자, 피시방에 취직하여 일했고 외삼촌이 운영하는 서울 성수동의 주물 공장에서 10년 넘게 일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2016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공포 게시판에 창작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를 동시 출간하며 데뷔했다 ‘양심 고백’ 등 총 10권의 ‘김동식 소설집’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총 24편이 들어있는 소설집 회색 인간에 수록되어있는 단편소설이다. 어느 날 저승의 대표가 이승을 찾아와 이승의 사망률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한다. 이승은 이미 출생률이 현저히 낮고 초고령화 사회가 된 지 오래였다. 옛날에는 30. 40만 되도 사망했으나 이제는 70, 80이 되어야 사망하여 저승의 인구수는 현저히 줄어든다. 이승에서와 마찬가지로 저승에서도 노동인구가 필요한 것이다.

 

저승에서는 사망자 2배 정책을 만드는데 이승의 인간들을 무작위로 영혼의 짝을 만들고 그 짝 중 한 명이 사망하면 나머지 한 명은 저절로 사망하는 무작위 동반 죽음 시스템이다. 인류는 난리가 났다. 즉시 사형제가 폐지된다. 사형수 1명이 사형을 당하면 죄 없는 영혼의 짝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노숙자가 한 명 죽으면 나라 경제를 좌지 우지 하는 유력인사가 죽을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전쟁은 중지되고 저 개발국가에 대한 지원도 늘어난다.

 

저승에서는 사망자 두 배 정책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세 배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한다. 이승에선 유명 인사들의 죽음이 몇 번 일어나자 기업들은 사회 안전망에 투자를 하고 모든 죽음을 방지하기 위해 질병을 유발하는 근본원인을 찾고 노화로 인한 죽음 이외에 모든 죽음의 원인을 막기 위해 환경을 밝게 만들고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게다가 인류는 결국 노화를 멈추는 약까지 개발했다. 그러나 그만 살고 싶어 하는 노인들조차 죽음을 방지하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약을 먹어야 했다. 결국 의도대로 이승의 사망률은 급격히 낮아진다. 이후 저승의 대표가 다시 이승을 찾아온다. 그리고는 황망하게도 근래 들어 죽은 사람들의 신체가 매우 건강하여 더 이상 저승에 인원이 필요 없으니 원래대로 돌려놓겠다고 한다.

 

인류가 생긴 이래 인간의 삶이 평등했던 적이 있던가. 작품은 모두에게 평등한 죽음이라는 소재를 매개체로 우리 사회의 만연한 불평등과 이기를 지적하고 있다. 아무리 신박한 대책을 마련해도 결국은 저승의 정책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이승의 모습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인간은 죽음 앞에서 아무도 자유로울 수 없는 미약한 존재임을 지적하고 있으며 고위층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때야 비로소 취약계층의 사회 복지에 관심을 가지는 사례를 들어 이기심이 판치는 세상을 비판한다.

 

우리는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서 남보다 더 많은 특권을 누리기 위해, 남보다 더 잘 살기 위해 주변의 어려움과 불행함을 모른 체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빈익빈 부익부가 점점 가속화 되어가고 있는 이 시대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세상, 우리에게 부와 명예도 영원하지 않다. 영원한 것은 바로 함께 살고자 하는 아름다운 공동체 정신, 휴머니즘의 실천이다. 살아있을 때 사랑하는 마음이 꼭 필요한 세상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4.05.08 10:49 수정 2024.05.0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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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