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번관에 어서 오세요 (카노 토모코 저, 김진희 옮김, 타나북스)


사회에서 소외된 4인조가 남쪽의 외딴섬에서 공동생활을 시작한다?!

일상 미스터리의 명인이 선사하는 유쾌상쾌한 걸작 장편



팍팍하게만 느껴지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언제나 위안거리가 필요하다.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처리할 일들로 머리가 복잡할 때, 산적한 문제들을 다 잊고 잠시나마 근심을 내려놓고 싶을 때…… 그런 순간에 가볍게 집어 들어 술술 읽고 개운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원래 작가는 단편, 혹은 중편으로 기획했는데, 어쩌면 스케일이 더 큰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편집자의 권유로 장편소설로 재탄생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작가도 각각의 등장인물을 더 자세히 그릴 수 있게 되어서 즐거웠다며 만족해했다고 한다.

마치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을 주는 표지 일러스트는 작가가 정말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인 도카마치 타케히로에게 특별히 부탁한 것이다. 내용도 성장만화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새삼 표지를 보면 부드러운 일러스트가 잔잔한 여운과 어우러져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가벼운 줄거리인 듯하지만 의외로 세세한 디테일도 있다. 특히 낙도만의 문제가 다양하게 그려져 있는데, 고령화 문제와 제대로 된 의료 시설의 부족으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 등이 그것이다. 이는 비단 소설 속 낙도만의 모습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중소 지방의 곳곳에서 지적되고 있는 문제들이다. 밝고 즐겁게 사는 주민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결국 그러한 시대 흐름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필연적으로 의료시설의 부족도 부각될 수밖에 없는 문제인데, 작가는 너무 무겁지 않은 문체로 그런 현실적인 문제를 콕 집어 이야기하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주인공들이 점차 성장해 나가는 과정은 게임 속 캐릭터가 경험치를 쌓아 성장해 나가는 모습과 닮아 있어 유쾌하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아이디어들이 하나씩 결실을 맺어 결국 주인공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삶을 개척해나간다. 마음이 힘들수록 이런 류의 힐링물을 찾게 되는 것은 거기서 카타르시스를 얻기 때문일 것이다.


단편 〈유리기린〉으로 제48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단편 및 연작단편집 부문) 수상. 1995년에 퇴사 후 작가로 전업. 저서로 《마법 비행》《손 안의 작은 새》《월요일의 물방울 무늬》《사사라 사야》《코펠리아》《스페이스》《모노레일 고양이》《7인의 적이 있다》《무균병동에서 사랑을 담아》《우리들 황야의 7중주》《커튼콜!》《언젠가의 강가로 뛰어가다》《210번관에 어서 오세요》 등이 있다.



옮긴이: 김진희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후 일본 도쿄에서 한일통번역 전공. 귀국 후 일본어 번역가로 꾸준히 활동 중.

7회 시즈오카 세계번역콩쿨 한국어부문 장려상 수상.



줄거리

구직에 실패한 이래로 집에서 온라인 게임 삼매경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내는 에게 굴러들어온 것은 큰외삼촌이 유산으로 물려주신 외딴 섬에 지어진 건물 하나. 하루아침에 백수에서 건물주가 되다니! 앞으로는 마음껏 현질을 할 수 있겠어! 잔뜩 신이 나서 섬으로 내려간 나는 아직 그것이 부모님의 최후통첩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더 이상 키워줄 수 없다. 거기서 알아서 살아라.”

느닷없이 시작된 강제 독립생활. 급한 대로 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숙인을 모집하기로.

엄마 손에 떠밀려 섬으로 온 백수 히로, 의사가 없는 섬에 꼭 필요한 전직 의사 백수 BJ, 돈 많은 한량 카인 씨…… 게임 속에 존재하던 인간관계가 평화로운 섬의 주민들과 더불어 점점 현실의 세계로 확장되어 간다.

길을 잃었던 백수들이 조심스럽게 첫발을 내딛기 전, “인생의 여름휴가가 푸른 하늘과 바다 아래서 시작됩니다!



책 속으로

그렇게 초초해할 거 없어. 어차피 부족한 것투성이니까, 확실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 돼.” P229

한 걸음 한 걸음 조금씩이라도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가면 돼. 멈춰 버리면 목적지는커녕 근처 편의점에도 못 가는 거야.” P229

어떤 험한 길도 거침없이 달리는 오프로드 차를 타고 있는 것 같은 사람들을 부러워해 봤자 소용없다. 나는 그걸 갖고 있지 않으니까. 이 빈약한 몸뚱이 하나로 앞길을 방해하는 돌들을 하나씩 치워 나가는 수밖에 없다.” P230

미래는 아직 아무도 플레이한 것 없는 게임 같은 거니까.” P332



독자들의 평

따뜻한 인생 재생 작품. 주인공들이 점차 끈끈한 정을 만들어나가면서 성장하는 모습이 눈부시고, 하나둘 진상이 밝혀지는 종반부에는 놀라움과 새로운 감동이 있다.

누구에게나, 나이를 불문하고, 어떤 최악의 상황에서도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가능성은 확실히 있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주인공들을 보고 있으니 자기만이 방법으로 독립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하지 않는 것을 지나치게 중시하면 아무것도 없게 되지만, 현대사회는 옛날보다 실패를 허용하지 않게 같다. 하지만 결국 자기 인생은 스스로 개척해나가야 한다는 기개가 없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이런 청춘성장물이 훈계조가 아니라 가볍게 묘사되어 있는 점이 카노 토모코만의 장점.”


작성 2024.05.08 12:00 수정 2024.05.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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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