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숙의 시의 향기] 드로잉 온 필름

민은숙

 

드로잉 온 필름

 

 

발등에 생채기 생겼다

별거 아닌 게 움직일 때마다

거슬리는 접점을 확장하는 불꽃

미혹을 버리지 못하고 눈길 주고

손 가는 하얀 운동화

이번엔 괜찮아, 최면 건 묶음의 변주가

이율 배반하는 상처

 

감지되는 언어 속에 미세한 철가루가 있다

오감보다 기민한 육감이 천진한 가슴 후벼파도

냉혹한 도록을 내민 냉철한

여유가 넘치는 홍수가 난 댓글이

잡은 조약돌 하나

줄 지나간 고양이가 긁은 선에

호수가 잠긴다

 

재활용 코너에 덩그러니 올려진 눈부신 

운동화 한 켤레

금세 누군가 가져갔나 보이질 않는다

아, 발등에 꽃이 묻겠다

 

가렵다

붉은 잎이 발등에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없다, 발등엔 아무것도

들려온다

낄낄거리는 건방진 소리가 

돌아섰다

복기하는 신발의 원형

 

발 꺼낸 비가 내린다

이내 폭포수로 쏟아지는 무리

호수는 본색 찾고

소금쟁이 한 마리 연잎 속으로 숨어든다

 

 

[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

코스미안상 수상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당선

환경문학대상
직지 콘텐츠 수상 등

시산맥 웹진 운영위원
한국수필가협회원
예술창작지원금 수혜

이메일 sylvie70@naver.com

작성 2024.05.15 09:16 수정 2024.05.1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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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