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배 칼럼] 정의가 실종된 사회

이윤배

‘정의(正義)’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나 공동체를 위한 옳고 바른 도리”다. 그런데 이 같은 정의도 그냥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힘이 뒷받침돼야만 실현될 수 있다. 힘이 받쳐 주지 않는 정의는 한낱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한 세상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정의는 옳고 그름 사이에서 중립적인 것이 아니라, 옳은 것을 찾아내고, 어디에서 발견되든, 그른 것에 맞서 그것을 유지하는 것에 있다."라고 일갈했지만, 우리는 지금, 정의가 무엇이고, 불의(不義)가 무엇인지, 헷갈리는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다. 

 

왜냐하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驅逐)”하듯 정의로 생각했던 일들이 하루아침에 불의로 오도(誤導)되기도 하고, 불의가 어느 날 갑자기 정의란 가면을 쓴 채 주인 행세를 하기 때문이다. 무지몽매한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정의란 가면을 쓰고 권력 주변을 기웃거리거나 권력 대신 돈을 탐하기도 한다. 돈이라도 있어야 남 앞에서 행세할 수 있고 권력에 줄을 댈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혹자는 “정의는 죽었다”라고 외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2대 총선은 애초 예견된 대로 정부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이 같은 결과는 그동안 야당이 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잘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은 것이 결코 아니다. 제1 야당 대표의 낙인과도 같은 사법 리스크와 공천 과정의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여당이 지난 집권 2년여 동안 독선과 불통의 정치를 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선거 과정에서 정의와 불의조차도 구별 못 하는 어리석고 무지(無知)한 유권자들이 범죄자들과 한통속이 돼 맹목적인 지지와 함께 표를 몰아주고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 준 사실이다. 국회의원 배지를 거머쥔 범죄자들은 면죄부를 받은 양 좌충우돌, 날뛰고 있어 그야말로 목불인견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의의 탈을 쓴 토착 친일 세력들 또한 절대 권력의 비호 아래 자자손손 부귀영화를 누리며 여전히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현재도, 미래도 없다. 곪고 병든 곳은 고통이 따르더라도 하루빨리 도려내고 치료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 아프고 힘들다고 치료를 멈추거나 대충한다면 다시 곪아, 나중에는 더 큰 고통과 아픔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을 빤히 알면서도 지금까지 우리 역사는 늘 이를 애써 모른 채 외면하고 방기(放棄)해 왔다. 

 

일제 잔재의 미청산이 그렇고, 아직도 진행형인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진실 규명 또한 그렇다. 그리고 세월호 7시간과 이태원 참사, 채상병 사망 사건의 책임 소재 역시 진실을 밝혀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런데 이미 진실과 정답은 물론, 무엇이 정의인지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사실들이 소수의 누군가에게는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억지떼를 쓰고 있는 모습은 차라리 측은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 누구도 저버릴 수 없는 바로 ’양심(良心)’이다. 양심은 인생을 살면서 반드시 지녀야만 하는 인간 고유의 품성이다. 이런 까닭에 누군가를 일시적으로 속이고 기만할 수는 있어도 자신의 양심만은 결코 속일 수 없다. 따라서 도덕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한마디로 양심이 없는 것이다. 이처럼 양심을 저버린 사람은 짐승만도 못한 하등 동물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자신의 양심에 따라 불의를 척결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각자 용기를 내야 한다. 정의가 제 역할을 할 때만 제대로 된 나라, 사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의가 실종되고, 범죄자들이 정의의 탈을 쓰고 세상을 좌지우지한다면 우리에게는 암울한 미래만 있을 뿐, 희망이 없다. 

 

 

[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과 명예교수

조선대학교 정보과학대학 학장

국무총리 청소년위원회 자문위원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초청 교수 

한국정보처리학회 총무 부회장 

이메일 ybl1161@hanmail.net

 

작성 2024.05.20 12:30 수정 2024.05.2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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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