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라파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심화하면서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지시각 5월 12일부로 라파 인도네시아 야전 병원(Rafah Indonesian Field hospital)에서의 구명 치료 제공을 중단해야 했다. 해당 병원에 남아있던 22명의 환자들은 더 이상 안전 보장이 어려워 다른 시설로 이송되었다.
전쟁 시작 이래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시설과 민간 인프라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 공격 양상을 목격해 왔다. 이러한 상황과 계속되는 공격 사태를 고려해 국경없는의사회는 라파 인도네시아 야전 병원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보건 체계가 붕괴되면서 가자지구에 발 묶인 주민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이 초래되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 조정국(OCHA)에 따르면, 가자지구 소재 36개 병원 중 24개가 현재 운영 중단 상태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가자지구 기타 지역에 야전 병원을 설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 소수의 시설로는 엄청난 의료적 수요에 더해 부상당한 민간인들이 대규모로 유입되는 상황에 대응할 수 없을 것이다. 야전 병원 몇 개로는 제대로 작동하는 보건 체계를 대체할 수 없다.
라파 인도네시아 야전 병원에서 대피하기 전, 국경없는의사회는 2023년 12월 중순부터 전쟁 부상 환자들에게 수술 후 치료를 제공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60개의 병상이 구비된 해당 병원에서 주민들에게 치료를 제공했으며 외과의들은 수술실에서 주당 약 35건의 수술을 집도하기도 했다. 입원 및 외래 치료는 주 6일 진행되었으며 하루에 약 130건의 진료와 함께 드레싱 교체, 물리 치료, 상담이 제공되었다. 현지 보건부 역시 라파 인도네시아 야전 병원에서의 활동을 강제 이전해야 했고 그 결과 병원 전체가 폐쇄되었다.
병원 폐쇄와 더불어 장기간의 구호품 차단 조치로 인해 인도적 대응이 더욱 어려워지고 가자지구에 갇힌 주민들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고 있다. 병원부터 빵집까지 모든 것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연료 물자와 기타 생필품이 위험할 정도로 부족해지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은 가자지구를 떠나거나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칸 유니스(Khan Younis) 소재 나세르 병원(Nasser hospital)에서 정형외과 수술, 화상 치료, 작업치료 서비스를 중심으로 외래 및 입원 환자 진료와 함께 활동을 재개했으며 모성 서비스 또한 며칠 내로 재개할 예정이다. 2월 중순, 나세르 병원의 정형외과 부서에 포격이 가해지고 이스라엘군이 해당 병원을 공격하기 전 대피령을 내린 이후,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은 환자들을 남겨둔 채 나세르 병원을 강제로 떠나야 했다.
가자지구 주민들이 또다시 폭격•미사일•총격•폭력 공세에 직면한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는 수십만 명의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필수적인 지원을 박탈하는 공격을 즉각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국제연합(United Nations)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공격과 대피령을 확대한 이래 최소 360,000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라파에서 탈출했으며, 이 무차별적인 살상과 파괴 속에서 생명을 살리는 의료 및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게 불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