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헌식 칼럼] 조선 수군의 총통에 사용되던 화약의 원료

윤헌식

고려시대 최무선이 화약과 화포를 개발하여 왜구 토벌에 사용한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이다. 이러한 고려의 전통을 이어받은 조선은 임진왜란 시기 조선 수군의 화약 무기를 통해 일본군에게 그 위력을 톡톡히 보여주었다.

 

조선시대에 제조된 화약은 오늘날 흑색화약이라고 불리는 것으로서, 염초와 숯과 유황을 75:15:10의 비율로 섞어서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분한 양의 화약 확보는 전쟁의 승리와 직결되기 때문에 임진왜란 시기 화약 재료의 원활한 수급은 조선 조정과 장수들의 지대한 관심사였다. 충무공 이순신이 조정에 보낸 장계 가운데에는 화약 재료의 하나인 유황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기록된 것도 있다. 다음은 그 해당 기록을 옮겨놓은 것이다.

『임진장초』, 「청하납철공문겸사유황장(請下納鐵公文兼賜硫黃狀)」(1593년 윤 11월 17일)

전쟁이 일어난 이래 염초는 넉넉히 끓여서 얻었지만, 석류황(石硫黃)은 어디서 만들 곳이 없으므로 묵은 곳간에서 유황(硫黃) 200여 근을 꺼내어 내려보내 주시기를 바랍니다.

유황(硫磺/硫黃)은 유(硫), 석류황(石硫磺), 황요사(黃硇砂), 황아(黃芽), 석류적(石硫赤)으로도 불렸다. 위 『임진장초』의 기록에도 '석류황'과 '유황' 두 용어가 함께 사용되고 있다. 위 기록은 유황은 부족해도 염초는 그나마 넉넉한 것처럼 기록했지만, 사실 전쟁 시기는 어떠한 물자든 그 수급이 항상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순신의 『난중일기』에는 염초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기록이 있다.

사진=코스미안뉴스 DB / 조선수군의 총통 발사 재현

 

『난중일기』 1594년 6월 23일

 

견내량에서 사로잡은 왜놈에게 적의 정황과 형세를 추고하고 또한 무엇을 할 줄 아는지를 물었더니 “염초를 굽는 것과 총 쏘는 것을 모두 잘한다.”라고 하였다.

 

[원문] 見乃梁生擒倭奴 推問賊情及形止 且問所能 則焰焇煑取及放銃幷善云.

위 『난중일기』의 기록은 이순신이 단순히 일본군 포로의 말을 옮겨 적은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염초는 화약의 원료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기 때문에, 당시 조정은 질 좋은 염초의 수급을 위해 투항 또는 생포한 왜군을 통해 염초 굽는 방법을 알아내거나 그들을 염초 굽는 일 등에 활용하도록 적극 장려하기도 하였다. 아래는 이러한 사실과 관련이 있는 『선조실록』의 기사이다.

『선조실록』 권53, 선조 27년(1594) 7월 24일 경자 2번째 기사

 

비변사가 아뢰었다.

"항왜(降倭) 가운데 창검(槍劍)과 조총(鳥銃)을 다루고 염초(焰硝)를 다릴 줄 아는 자는 머물러 두라는 일로 여러 번 하교하셨는데 먼저 온 47인 중에는 오직 야질기(也叱己)가 가장 칼을 잘 쓰고 염초를 다릴 줄 압니다."

『선조실록』 권53, 선조 27년(1594) 7월 29일 을사 1번째 기사

 

전교하였다.

"왜인이 투항해 왔으니 후하게 보살피지 않을 수 없다. 외방으로 보낼 자는 빨리 내려보내고 그중에 머물러 둘 만한 자는 서울에 머물러 두고 군직(軍職)을 제수하여 총검(銃劍)을 주조하거나 검술을 가르치거나 염초(焰硝)를 달이게 하라. 참으로 그 묘술을 터득할 수 있다면 적국의 기술은 곧 우리의 기술이다. 왜적이라 하여 그 기술을 싫어하고 익히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고 착실히 할 것을 비변사에 이르라."

조선시대에는 염초의 수급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염초를 제조하는데 필요한 흙을 모으는 취토군(取土軍)이란 병과도 있었다고 한다. 취토군이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아무 집이나 마구 들어가 처마 밑이나 화장실 주변의 흙을 몽땅 퍼가서 비가 오면 진흙탕으로 변하는 일이 자주 벌어졌다는 웃지 못할 기록도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귀중한 화약 재료의 하나로 취급된 염초는 질산칼륨을 말한다. 최근 조선시대 염초의 제조를 다룬 연구 논문(김준수/김지훈/장미경, 「천연물을 이용한 조선시대의 염초 제조공정에 관한 연구」, 『화약·발파』 제33권 제2호, 2019)이 발표되어, 염초의 성분과 제조공정이 매우 과학적인 방법으로 상세히 규명되었다. 이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노력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좋은 연구 자료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참고자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김준수/김지훈/장미경, 「천연물을 이용한 조선시대의 염초 제조공정에 관한 연구」, 『화약·발파』 제33권 제2호, 2019, 대한화약발파공학회

최형국, "[최형국의 무예 이야기]조선시대 화약 제조", 2013, 동아일보(http://news.donga.com/ 3/all/20130523/55353859/1)

 

 

[윤헌식]

칼럼니스트

이순신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저서 : 역사 자료로 보는 난중일기

이메일 : thehand8@hanmail.net

 

작성 2024.05.31 10:30 수정 2024.05.3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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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