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의 책] 마른 똥막대기에 번개 쳤다

홍일 지음

 

거부할 수 없는 지리산 수행자의 감성 에너지

시대의 수행자가 왔다. 농담 같은 유토피아를 안고 왔다. 수행자가 풀어 논 유토피아에선 쌉싸름하고 알싸하게 간이 잘 맞는 자연본색의 맛이 막 쏟아져 나온다. 인류 최후의 다방 같은 지리산에서 인간의 상처와 낭만을 맛있게 버무려 우리 앞에 내 놓았다.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나는 수행자의 글은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정신을 맑게 해 준다.

수행자는 솔직하다. 유쾌하다. 가식덩어리로 포장된 준엄을 벗어 던지고 맨몸의 살아있는 고독을 보여준다. 갑갑하고 불안한 우리들의 인생살이를 따뜻하게 살살 데워 주는 수행자의 살아있는 전언을 전하면서 염치없는 인간들의 욕망을 꼬집어 비튼다. 폼 잡는 경전이나 종교의 엄숙주의를 버리고 쿨하고 개념 있게 사는 법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며 우리시대의 삶의 플랜을 제시해 준다.

지리산에 마음낚싯대 하나 드리우고 시간의 유목을 즐기는 수행자가 툭 툭 던져 논 거칠고 투박한 문장 속을 헤엄치다 보면 절망도 희망처럼 명랑하게 다가온다. 존재에 대한 연민과 고통도 적멸하고 마는 마력에 이끌리어 그의 낚싯대에 반지를 끼워주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갈아엎던 마음 밭에 삽자루를 내 던지고 그의 사유를 찾아 저 우주로 야반도주라라도 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수행자가 내 논 ‘마른 똥막대기에 번개 쳤다’는 지리산 깊은 산골 청허산방에서 산차를 만들며 수행의 심상들을 적어놓은 구도수필집이다. 알쏭달쏭한 종교 이야기가 아닌 거침없는 쓴소리로 껄껄한 인생 깔끔하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게 하는 지혜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돈이, 권력이, 고통이, 사람이, 인생이, 그리고 마음이 진정한 무심이라야 진실을 바로 볼 수 있음을 알게 해 준다. 너와 나의 소통을 위해 ‘깨달은 자’를 불러와 인간을 사랑하게 한다. 그리하여 사랑하다가 해탈해 버리게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유쾌한 지리산 수행자에게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튼실하게 잘 익은 그의 마음 안으로 로그인하고 말 것이다.

 

홍일 지음 / 마른 똥막대기에 번개 쳤다 [전자책] : 자연과인문 (naver.com)

 

작성 2024.06.04 09:39 수정 2024.06.0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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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