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놓아라

고석근

길을 가다 보면 커다란 구렁을 만날 것이다. 있는 힘껏 뛰어넘어라! 생각만큼 넓지 않을 것이다. 

 

- 조셉 캠벨 (Joseph Campbell, 1904~1987) 

 

 

어릴 적에 들은 이야기다. 한 시골 남자가 읍내에 갔다가 이슥한 밤에 산을 넘어오는데, 도깨비가 뒤에서 옷자락을 붙잡더란다. 아무리 빌어도 놓아주지 않더란다. 결국, 그 남자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다음 날 아침 산에서 그 남자를 발견해 데려왔다고 한다.

 

나중에 그 남자의 도깨비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박장대소를 했다고 한다. 그의 옷자락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다고 한다. 도깨비를 만났을 때 그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으니 정신을 바짝 차릴 것! 그러면 알게 될 것이다. 도깨비에게 붙잡힌 게 아니라 나뭇가지에 옷자락이 걸렸다는 것을. 

 

두 번째는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놓는 것이다! ‘그래, 죽기로 마음을 먹으면 산다고 했으니 다 내려놓자!’ 그가 정말로 죽기로 마음을 먹으면, 마음이 맑아져 알게 될 것이다. 도깨비의 짓궂은 장난이 아니라 옷자락이 나뭇가지에 걸렸다는 것을. 

 

우리의 삶을 잘 살펴보면, 이런 경우가 너무나 많다. 자신이 만든 ‘생각의 틀’이 자신의 삶을 옥죄는 것이다. 미국의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길을 가다 보면 커다란 구렁을 만날 것이다. 있는 힘껏 뛰어넘어라! 생각만큼 넓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불안 장애’라는 병을 앓으며, 절벽에서 손을 놓는 연습을 많이 했다. 갑자기 공황 장애 발작이 일어날 때, 곧 죽을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주저앉아 가쁜 호흡을 하며 견디었다.

 

명상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내 몸은 불안에 떨고 있지만, 내 안에는 ‘말갛게 깨어있는 나’가 있었다. 이 나가 ‘참나(Self)’다. 우리 안에는 나(자아, Ego)보다 훨씬 큰 나가 있다. 이 나는 천지자연과 하나다.

 

이 나는 영원한 존재다. 이 참나에 대한 확실한 자각이 생기면서 나는 서서히 불안에 떨지 않는 몸이 되어갔다. 석가는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에 대한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출가했다. 오랫동안 수행하며 어느 날 새벽에 깨달았다.

 

‘우리가 경험하는 생로병사는 착각이다!’ 그는 생로병사는 자아가 겪는 것이지 참나가 겪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우리가 절벽이라고 생각하는 것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불안 장애를 처음 앓을 때는 발작이 일어나면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발작이 일어나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유롭게 되었다. 병과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없이 경험하는 절벽들, 정말 절벽이었는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을 때, 우리는 죽을 것만 같은 경험을 했다.

 

하지만 죽지 않았다. 절벽에서 떨어졌을 때, 우리의 등에서는 날개가 돋아났다. 우리의 영혼이 깨어나 우리는 훨씬 더 성숙한 존재가 되었다. 큰 병에 걸렸을 때, 큰돈을 잃었을 때, 큰 사고를 당했을 때… 우리는 온몸으로 고통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을 다 내려놓아야 한다. 그러면, 우리 안에 있는 참나가 다 해결해 준다. 우리가 절벽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다 허상이었다.

 

 

  믿음 

 

 푸른 분지에 양떼 넘쳐 흐르고 

 목동은 단조(單調)로 피리를 분다.  

 

 - 뻬이따오, <태양도시의 메모> 부분  

 

 

 믿음이 우리를 구원해 준다.

 믿음은 나를 온전히 나의 참나에게 맡기는 것이다.

 천지자연이 알아서 태양을 불타게 하고 그 열기로 모든 생명체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듯이.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4.06.13 10:45 수정 2024.06.1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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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