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 칼럼] 문학비, 문학관의 우상(偶像)

김관식

우상숭배는 각종 자연물, 인물로 초자연적 존재의 형태를 만들거나, 또는 그것을 상징하는 형태로 만들어 받드는 행위를 말하는데, 세계의 거의 모든 민족 문화에서 발견된다. 기독교에서는 우상숭배를 금지하고 있다. 

 

전체주의 봉건시대에는 지배 권력자의 개인숭배를 강요했고, 현재까지도 독재 국가에서는 개인숭배가 지속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은 나라에서는 독립과 민주화를 위해 저항에 앞장선 사람을 영웅으로 떠받들기도 하고, 저항하다가 희생된 분들의 정신을 본받고자 개인숭배를 하는 일도 있다. 모두 그 나라의 역사적인 특수성과 사회문화로 자리 잡은 개인숭배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국민이 경제적으로 여유를 갖게 되었지만, 인간의 욕망은 더 부풀려졌다. 따라서 전통적인 가치 체제는 붕괴하였고, 배금주의 사상이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

 

도시 변두리에서 농사를 짓던 농부가 개발 붐을 타고 하루아침에 땅값이 올라 벼락부자가 되고, “개 같이 벌어 정승같이 쓴다”라는 일념으로 갖은 궂은일을 하면서 부를 축적하며 “개천에서 용”이 된 졸부들이 떵떵거리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졸부의 문화습성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이 맺어 있다. 못 배운 설움, 가난했을 때의 쓰라린 경험, 남에게 천대받고 배가 고팠던 설움 등등 과거의 한이 그 사람의 정신세계를 지배한다. 그런 나머지 그때의 생활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더 재산을 축적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데 전념한다. 따라서 개 같이 재산을 축적한 사람은 정승같이 재산을 쓰지도 못하고 개 같이 쓰게 된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만 호의호식하거나 호화 주택을 짓고, 외제 차, 명품과 보석으로 치장하거나 자신의 비리와 부정부패, 탈세를 도와줄 든든한 배경이 될 방패막이 요직의 인물들과 교제하는데 축적한 재물을 쓸 뿐 사회 전체의 공익을 위한 일에는 한 푼의 재물을 기부하는 일이 없다. 또한 졸부들의 행태는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조상들의 무덤을 왕릉처럼 호화롭게 꾸미는가 하면 자신의 업적을 기념하는 개인숭배의 기념관을 세우고 자신의 존재를 영구적으로 남기려고 한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졸부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남기려는 본능이 있는데, 사회적인 공헌도 없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영구적으로 남기려고 개인숭배를 구걸하는 사람들이 볼썽사납게 자신의 공적비를 세우는가 하면 자신의 조상을 숭배하는 묘비를 세우거나 기념관을 내세워 더불어 자신의 존재를 남기려고 욕심을 부린다.

 

문학 인구가 갑자기 불어난 이유도 이러한 허례허식의 개인 숭배문화 풍토와 무관하지 않다. 자신이 글을 쓸 능력이 전혀 없으면서도 가짜 문인 칭호를 남발하는 문예지의 등단제도로 문인이 되어 문인단체에 등록하고 문인 노릇을 하면서 자신의 글을 책으로 남기려는 속물적인 탐욕이 오늘의 문학 향유층의 문인 되기 열풍과 각 지방의 문인단체 감투 놀음과 문학 놀이문화 풍토로 변질시켜 놓은 것이다. 모두 문학의 본질과는 정반대의 문화풍토가 조성된 것이다.

 

이들은 좋은 작품을 남겨야 문인으로 알려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문인으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남기려는 명리적인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고 남들에게 문인임을 입증하려는 문학 놀이,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작품집 발간, 문인단체의 감투 노름, 문학상 타기,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으로 자신의 문학비 세우기, 문학관 건립 등에 염치도 없이 각종 로비 활동으로 탐욕을 실행하는 데 혈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왜 조상들이 살아 생전에 자신의 공적비를 세우는 것을 금기 사항의 불문율로 여겼던 까닭은 생전에 공적비를 새기는 것이 혹시나 자신의 탐욕이 후세에 오점이 남겨질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문인들이 엉터리 작품을 지방자치 예산으로 시비를 건립하는 탐욕을 부리는가 하면 지방자치단체장들과 결탁하여 자신의 문학관을 세우는 탐욕을 부리는 등 전국이 탐욕스러운 문인들의 엉터리 시비, 문학관 건립으로 시끄럽다. 이런 탐욕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인정하는 공적을 쌓는 문인들의 위대한 정신과 그 작품들이 묻혀버리는 위기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문인 생전에 세워진 문학비나 문학관은 현재의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 문화현상을 그대로 투영한 문화물이다. 따라서 후세에 평가는 냉혹하다, 그 개인숭배 문화물을 세운 당사자와 문인들을 싸잡아 부끄러운 이름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력이 많은 사람이 용지를 매입하여 문학비를 세우고, 문학관을 건립하는 것에 대해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지만 공식적인 사회 기관에서 현존 시인이나 작가들의 시비나 문학관을 세우는 일은 그 지역을 경제 활성화와 주민 소득 증대를 위한 관광이나 홍보 차원에서 국민의 혈세로 세운 것일지라도 문학사의 공정한 평가가 내려진 상황이 아닌 이상 현존하는 시인이나 작가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또한 이런 개인 숭배물을 세우는데, 관련된 사람들의 독선적인 행동과 문화에 대한 무지가 그대로 폭로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라는 식으로 나르시시즘에 빠진 문학인의 탐욕으로 생전에 지방자치기관이나 단체를 요리하여 자신의 시나 작품으로 문학비를 세우고 문학관을 건립하는 저돌적인 탐욕은 그 당시의 지역문화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로 영원히 탐욕의 개인숭배 문화물로 그 지역의 후손들에게 기억되는 것은 너무 자명한 사실이다.

 

개인숭배는 자신의 존재를 위대하게 생각하는 나르시시즘에서 비롯된 비정상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만큼 이런 개인 숭배물을 세워서라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거든 그 시간에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올바른 정신으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겸손한 문인들의 자세가 선행되어야 한다. 

 

과거 요절한 시인들(이장희 26세, 남궁 벽, 이상 27세, 윤동주, 기형도 28세, 김소월 32세)은 모두 작품을 남겼지, 자신의 탐욕이나 자신을 개인숭배 대상으로 남기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국토를 어지럽히고 국민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온갖 비리의 온상이 될 소지가 다분한 문학상 수상의 허욕, 문학비, 문학관의 개인숭배 우상문화가 더 이상 확대재생산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

 

작성 2024.07.01 09:54 수정 2024.07.0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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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