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다는 것은 한 마디로 모든 것이 다 가능하다는 함의(含意)이다. 모든 것이 다 가능하다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젊음이 갖는 특권이자, 혜택이다. 이런 까닭에 젊음을, 청춘을 낭비하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은 일이며 죄악이다.
특히 젊은 청년 시절은 인생의 가장 찬란한 황금기로서 이 황금기를 어떻게 설계하고, 또 보내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좌우된다고 해도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고 청년기에 누구를 만나고 또 얼마나 깊은 유대 관계를 유지하는가는 더더욱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독불장군처럼 혼자서는 자신감과 아이덴티티를 확립할 수 없다. 자신감과 아이덴티티는 청년기에 되도록 많은 사람과 교제하고 돈독한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확립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년기는 친구와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어린 시절의 아이덴티티를 새로운 아이덴티티로 종속시킬 때 비로소 완성된다. 따라서 청년들이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또래들과 거듭 교제하고 경쟁하면서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해 가야 한다. 청년기에 맺은 인간관계는 짧은 시간에도 깊은 친밀감을 형성하고 또한 평생 유지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특히 청년기는 친화력과 교제력을 기를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기도 하다. 청년기는 사회적 반경이 확대되어 가는 중간 단계로 이 시기를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에릭 에릭슨은 “모라토리엄(moratorium)”이라고 정의했다.
모라토리엄의 사전적 의미는 “지급 유예 기간”이지만, 의무를 다할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혹은 시간이 필요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지연(遲延) 기간”을 뜻하기도 한다. 즉 모라토리엄은 “일반적으로 모호한 자아 속에서 정체성을 찾고 있는,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단계”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 같은 청년기에 맺은 인간관계는 고대 동식물이 지층에 축적되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생성된 석유에 비유할 수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솟아나는 에너지처럼 좋은 인간관계는 인생을 더욱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 준다. 그리고 의욕이 넘치는 청년기는 그만큼 다양한 도전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청년기에는 열심히 대외적인 인간관계를 통해 시련을 경험하고 학습하면서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고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자아를 단련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단계를 제대로 밟지 않거나 소홀히 한다면 앞으로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더 넓은 세상에 적응이 어렵게 된다. 이 때문에 사소한 어려움에도 쉽게 좌절하고 세상으로부터 도망쳐 버리는 청년들도 생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요즘 MZ 세대 특히 20대들은 여유가 없어 보인다. 정확히 말하면 석유처럼 인간관계를 끈끈히 침전시켜 나갈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물론 코로나 19도 한몫을 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낭만과 치기를 잃어버린 대학가, 현실이 팍팍하다 보니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고 우정을 쌓아 갈 마음의 여유마저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다.”라고 했다. 이런 까닭에 청년기의 아이덴티티 위기를 새로운 자신감과 자부심을 획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인간관계를 더 넓히고 내성을 강화해야 한다. 아이덴티티가 확고한 사람은 어떤 역경, 불행이 닥쳐와도 절대 좌절하지 않는다. 청년기의 아이덴티티는 미래를 향한 질주이며, 꿈꾸는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아름답고 유용한 메시지인 까닭이다.
그런데 마트에서 파는 상품들처럼 “모든 청춘과 젊음에는 유통기한이 있다”라는 사실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이리저리 기회만을 엿보며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어리석고 바보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자신을 과감하게 던져 우선 한 우물을 파 보는 것이다.
그리고 젊음이란 고귀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한, 마음만은 젊은이다운 총명한 지혜와 용기로 가득 채워 저 하늘에 찬란히 타는 태양처럼 구김살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 젊음은 바로 유통기한 한때뿐이며 우왕좌왕하며 낭비한 젊음은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까닭이다.
[이윤배]
(현)조선대 컴퓨터공학과 명예교수
조선대학교 정보과학대학 학장
국무총리 청소년위원회 자문위원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초청 교수
한국정보처리학회 부회장
이메일 : ybl77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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