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은 동북아의 한·중·일 세 나라가 엮인 대규모 국제 전쟁이었다. 임진왜란을 올바로 이해하려면 우리나라 사료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 사료도 살펴보아야 한다. 만일 우리나라 사료만 들여본다면 전쟁의 원인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그 전반적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임진왜란에 대한 중국 사료는 아직 많이 부족한 편이지만, 일본 사료는 그 숫자가 적지 않다. 임진왜란과 관련이 있는 일본 사료를 목록으로 정리한 해제가 2~3가지 정도 나와 있는 것으로 안다. 최근 일본 사료를 연구한 논문이나 연구서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임진왜란 시기 일본 사료는 왜장으로 출전한 영주(다이묘) 중심의 기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 가운데 시마즈라는 가문의 이름이 『선조실록』 등 우리나라의 여러 당대 사료에 등장한다.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에도 언급되어 있는데, 다음은 그 해당 기록이다.
『난중일기』, 1595년 3월 17일
늦게 우수사(이억기)의 급보에 “견내량의 복병한 곳에서 온 항왜 심안은기를 불러서 물어보니, 그는 영등포에 주둔했던 왜군인데, 그의 대장 심안돈이 자기 아들을 대신 두고 가까운 시일에 돌아간다.”라고 하였다.
[원문] 晩 右水使馳報 見乃梁伏兵䖏所來 降倭沈安隱己 招問則渠是永登屯倭 而其將沈安頓 代其子 近將入歸云云.
위 기록에 언급된 심안돈(沈安頓)은 왜장 시마즈 요시히로(島津義弘)를 말한다. 심안돈은 일본군이 그를 부르던 존칭인 시마즈도노(島津展)를 조선에서 음차한 이름이다. 『선조실록』이나 『징비록』 등 조선 문헌은 그의 이름을 ‘島津’, ‘沈安頓吾’, '沈安頓', '沈安道' 등으로 표기하였으며, 명나라 문헌은 주로 '石曼子(석만자)'로 표기하였다. 그리고 시마즈 요시히로와 함께 언급된 그의 아들 이름은 시마즈 다다츠네(島津忠恒)이다.
시마즈 요시히로는 당시 상당히 유명한 장수였기 때문에 대략적이나마 그의 행적을 추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 그의 아들 다다츠네가 『난중일기』의 1593년 3월 기록대로 정말 당시 우리나라에 있었는지도 확인이 가능할까?
얼마 전에 발표된 논문(「에도시대 말 대중문화 속의 호랑이 사냥」, 최경국, 2011년)에 따르면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호랑이의 두개골이나 고기 등을 보내온 왜장들에게 주인장(朱印狀)을 보내 주었는데, 시마즈 가문의 문서인 「도진가문서(島津家文書)」 가운데 시마즈 다다츠네(島津忠恒)가 호랑이를 포획한 것을 치하하는 1595년 3월 11일 날짜로 된 주인장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고 한다.
임진왜란 시기 일본군이 한반도에서 호랑이 사냥을 벌였다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는 단순한 이야기로만 그치지 않고, 히데요시가 자기 장수들에게 보낸 주인장을 통해서 역사적 사실로 증명이 가능한 것이다. 해당 논문(「에도시대 말 대중문화 속의 호랑이 사냥」)에 따르면 호랑이 사냥은 왜장들의 위용을 떨침과 동시에 히데요시에게 호피와 고기를 보내는 충성 경쟁이었다고도 한다. 호랑이 고기, 쓸개, 경골 등은 모두 옛날부터 의약품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히데요시가 이를 약으로 쓰려고 했다는 것이다.
『난중일기』의 시마즈 관련 내용은 단편적인 기록이지만, 이를 통해 그와 휘하 부대의 당시 행적을 파악할 수 있다. 굳이 이러한 기록까지 알 필요가 있을까 반문하는 분도 계실 듯하다. 시마즈 요시히로는 사천성 전투에서 3만여 명의 목을 베고 그 코를 베어 전공의 증거로서 일본으로 보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선조실록』의 기사(권105, 선조31년-1598년 10월 8일 경신 7번째 기사)에 따르면 이 전투에 전사한 조명 연합군의 숫자는 7천~8천 명이다. 시마즈가 양민들까지 죽여 그 코를 전공에 포함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최소한 그의 이름만이라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을 듯하다.
[참고자료]
최경국, 「에도시대 말 대중문화 속의 호랑이 사냥」, 『일본연구』 48호, 2011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연구회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윤헌식]
칼럼니스트
이순신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저서 : 역사 자료로 보는 난중일기
이메일 : thehand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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