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역사를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3개의 물결로 구분했다. 제1의 물결(농경시대)은 인류의 역사를 수천 년에 걸쳐 서서히 바꾼 농업혁명이고, 제2의 물결(산업화 시대)은 30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산업혁명의 물결이다. 제3의 물결(지식정보 시대)은 1950년대 중반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지식혁명의 물결이라고 했다.
허드슨 연구소의 허만 칸 박사는 1978년 국제상공회의소에 “제4의 물결”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에는 인간의 경제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물결로 삶의 질과 가치를 극대화하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다가오는 사회는 이웃과 사회와의 관계 증대, 자아실현을 위해 섬기며 봉사하며, 인간이 존중받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 반면에 제4차 산업혁명은 세계경제포럼의 창시자인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가 2016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키워드로 제시하면서부터 그 개념이 퍼져나갔는데, 다보스포럼에서 바이오산업, 3D 프린터, 로봇, 인공지능, 스마트폰이 제4의 물결 후보군으로 선정했다. 이에 앨빈 토플러 자신도 생명 공학과 우주 공학 등 바이오테크의 혁명 시대가 도래할 것을 예견하고 제4의 물결이라고 했다.
이처럼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인간은 제2의 물결인 산업화 시대에는 공간을 정복했고, 제3의 물결인 정보 시대에는 시간을 정복했으며, 제4의 물결은 바이오테크 시대에는 모든 물질을 정복할 것을 예견했다.
20세기 말 30여 년간을 제3의 물결이라고 하는 정보 시대라고 불리는 시대였다. 항공우주, 인공지능, 생명공학 기술, 컴퓨터 소프트웨어, 전기공학, 나노기술, 핵물리학, 로봇공학, 원거리 통신 등 현재 이용할 수 있는 최첨단의 가장 앞선 첨단기술(尖端技術) 또는 고기술(高技術) 산업들을 하이테크 산업으로 불러왔다.
하이테크 산업을 기반으로 제4의 물결인 바이오테크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 용어는 1960년 말부터 사용되었는데, 바이오테크놀러지(biotechnology, 생물공학)이라는 말을 줄여서 바이오테크(biotech)라고 했다. 오늘날 바이오테크는 식물, 동물이나 인간의 세포를 포함한 일단의 유기 세포 기능을 이해, 변경, 조작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기술 및 산업을 모두 포괄하는 뜻이다.
바이오테크 혁명은 1973년 허버트 보이어와 스탠리 코언이 한 유기체의 DNA와 다른 유기체의 DNA를 재조합하는 데 성공하면서 시작되었다. 바이오산업은 거의 모든 세포가 자신을 수백만 배로 복제할 수 있다는 사실로부터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하게 되면서 시선을 끌게 되었다.
리처드 월리버는 그의 저서 『우리에게 다가올 물질의 모습』에서 제2의 물결에 해당하는 산업 시대의 기술은 모든 것을 중앙으로 집중시키는 ‘중앙 집중형 기술’이라고 했다. 그 예로 산업 기술은 도시와 나라를 만들었고, 공장과 기업을 집결시켰고, 심지어 정치, 사회, 문화, 종교까지도 이 기술에 발맞추기 위해 한곳에 집결되었다.
그 이후 제3의 물결인 정보 기술 시대에는 모든 것을 변방으로 분산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바이오 소재는 모든 것을 속속들이 체계적으로 바꾸어나갈 것이 확실한 바이오 경제의 하나의 법칙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그는 『바이오테크 혁명』이라는 책을 통해 모든 회사가 바이오 회사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첨단과학을 발달시킨 인간의 무한한 꿈이지만, 유전자 재조합, 세포 융합, 인공 수정, 복제 따위의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생명과 과학의 연관에 대하여 윤리적, 도덕적으로 분석하려는 생명윤리라는 학문을 탄생시켰다.
바이오 소재 시대의 승자는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경제 법칙에 혁명을 가져오리라는 것은 명확하므로 수많은 바이오 소재 과학자들이 여러 분야의 바이오 소재 기술 개발을 위해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데, 이 연구가 현실화되면 의학 분야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백세시대를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나이가 들었으니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내일 죽더라도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는 자세로 여유 있는 삶을 살아가라고 권하고 싶다.
바이오 소재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분야를 몇 가지만 소개한다. 아이들의 성을 미리 결정하고 유전자 조합을 디자인하는 연구, 의약품을 개인의 유전자 타입에 따라 맞춤 조제하는 약리 유전학, 각종 질병 및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에 대한 조사와 연구, 암, 심장병, 에이즈와 같은 질병들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유전적 치료법, 손상된 뇌세포 및 척수의 복원, 성장 장애나 치명적인 감영의 치료를 위해 필요한 단백질의 생산, 체내에서 암세포에만 특이하게 존재하는 항원을 인식하는 단일 클론 항체의 실험실 대량 생산,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를 복제하는 기술, 노화와 비만의 조절, 인간의 장기를 갖고 있는 동물(미처 장기이식을 받지 못해 죽어가는 환자의 50%를 살릴 수 있는 연구), 바이오 인조 피부, 혈액, 뼈, 연골, 인간의 근육과 종장의 기계를 대신할 수 있는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신소재, 생산재, 소비재 및 건강관리 목적에 응용할 수 있는, 모양을 계속 변형할 수 있는 신소재, 인간의 노화와 싸울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스마트 쥐, 등 여러 분야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제 바이오 경제 혁명은 디지털보다 중요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미국의 『타임 매거진』지는 향후 100년을 바이오테크의 시대로 선언하기도 했다. 그리고 리처드 월리버는 『바이오테크 혁명』이라는 저서를 통해 바이오 경제학의 제1법칙으로 “지식이 날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라고 경제 성장의 잠재력을 실증적으로 증명해 보여주었고, 제2 법칙으로 “크기가 작을수록 멀리 퍼져나간다.”라는 것이다.
산업 분야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는 현상을 경제학자들은 ‘스필오버’라고 하는데 바이오 소재 기술은 역사상 가장 큰 스필오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3 법칙으로 “성장 곡선이 수직을 이룬다.”라고 말하고 있다. 바이오 소재 시대는 이전의 산업 시대나 정보 시대처럼 기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는다. 바이오 경제 성장의 곡선은 거의 수직을 그리게 될 것이다.
바이오테크 시대, 우리 인간은 점점 살기 좋아지는 시대가 되고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시대인만큼 너무 물질에만 집착한 나머지 인격마저 바닥을 치고 살아가는 속물성에서 벗어나 인간답게 성숙한 모습으로 삶의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이웃과 더불어 훈훈한 인간미가 넘치는 향기 나는 삶을 살아가시기를 바랄 뿐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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