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희의 인간로드] 민심을 얻는 것이 왕도정치다 ‘맹자’

전명희

나는 이천삼백구십육 년 전 인간 ‘맹자’다. 황하의 거친 물살이 산둥성을 에돌아 가는 아름다운 고장 추성의 공동묘지 근처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돌아가셨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사려 깊고 지혜로운 어머니는 나를 누구보다도 잘 키우려고 밤낮없이 애쓰셨다. 나는 현명하고 엄한 어머니의 영향력 아래 친구들과 싸우지 않고 말썽 없이 어린 시절을 잘 보냈다. 웬만한 남자보다 결단력 있고 추진력이 강한 어머니를 보면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났다. 나에게 어머니는 하늘이며 내가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길을 잃지 않고 갈 수 있는 등대 같은 존재였다.

 

공동묘지 근처에 있는 우리집은 늘 장례식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죽음을 흔하게 보는 곳이었다. 나는 친구들과 상여놀이를 하면서 어른들을 따라 뜻도 모르는 곡을 하며 죽음을 놀이처럼 여겼다. 그런 나를 본 어머니는 아이가 이런 환경에 놓인 것이 자신의 불찰이라고 자책하며 사람들이 북적대는 시장으로 이사했다. 시장은 살아있는 생선처럼 활기가 넘치는 즐거운 곳이었다. 어린 나는 시장 사람들과 어울려 그들이 하는 행동들을 따라 했다. 골라 골라 외치면서 소리 지르면 재밌고 신났다. 그렇게 시장 사람들을 따라 흉내 내며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좋은 것을 봐야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어머니는 시장을 벗어나 서당 근처로 이사 갔다. 서당에서는 늘 글 읽는 소리가 들렸다. 서당 훈장님께서 성현들의 좋은 말을 서당 밖까지 들리게 큰 소리로 말해주었다. 훈장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읽는 아이들의 낭랑한 소리를 나도 따라 했다. 예의범절도 저절로 익혀 어른들에게 늘 공손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해 모시며 좋은 아이로 거듭났다. 어머니는 서당 근처로 이사와 변해가는 나를 보며 매우 만족해하셨다. 어머니의 마음처럼 나는 올바른 생각으로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가는 사람으로 성장해 갔다. 

 

어머니는 나를 위해 더 많은 경험을 하고 큰 인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좋은 스승이 있는 곳으로 유학을 보냈다. 나는 고향이 그립고 어머니가 보고 싶었지만 참고 또 참으며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결국 중도에 포기하고 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보니 어머니는 베를 짜고 계셨다. 나는 반갑고 그리운 마음에 어머니에게 인사를 올렸다. 그러나 어머니는 나를 보고는 정색하시며 “학업에 정진해야 할 네가 다 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돌아온 큰 잘못이다. 왜냐면 한 번 잘라버리면 다시는 옷감으로 쓸 수 없듯이 공부를 중단하면 다시 이을 수 없는 법이다.”라고 말씀하시며 짜고 있던 베를 잘라버리셨다. 나는 어머니의 단호한 말씀에 놀라 잘못을 깨닫고 공부하던 곳으로 되돌아가 다시 공부에 정진했다. 그렇게 유학을 마친 후 당당하게 어머니 앞에 섰다.

 

나는 공자님의 고향 노나라로 갔다. 거기서 공자의 손자인 자사의 문하에서 공자님의 말씀을 배우고 익혔다. 나는 오경에 능통했다. 시경과 서경에도 조예가 깊었다. 공자님의 말씀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습득해 내 것으로 만들었다. 변한 시대에 맞게 나는 나만의 학문 세계를 넓혀갔다. 묵자와 대적할 만큼 학문을 완성하여 유가사상을 확고하게 성립시켰다. 나는 주나라 왕실의 힘이 약해지고 사람들이 서로 싸우며 도덕이 땅에 떨어져 폭력이 난무해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세상으로 뛰어들었다. 

 

제후들은 약해진 왕실을 탐하며 서로 차지하려고 난리를 치고 있었다. 신하의 도리를 저버리고 임금을 죽이는 자가 나타나고 자식이 아비를 죽이며 천륜을 저버리는 일이 횡횡했다. 공자님 시절에도 그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 백성들을 일깨우려고 ‘춘추’를 지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보다 더한 혼란의 시대였다. 나는 이 어지러운 세상을 구하는 방법은 공자의 사상뿐이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정치지도자들을 계몽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었다. 부국강병에 미쳐 있는 군주들에게 이(利)를 버리고 인의(仁義)를 찾아야 한다고 강연을 다녔다. 이 세상에서 백성이 가장 귀하고 그다음이 사직이고 그다음이 임금이라고 역설했다. 

 

패도정치는 악덕하여 오래가지 못하므로 첫째도 민생이고 둘째도 민생이며 셋째도 민생이어야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을 정치지도자를 만나 설득했다. 민본사상이야말로 정권을 튼튼하게 만드는 밑거름이며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에는 네 가지 선한 마음이 있는데 곤경에 처한 사람을 측은하게 여기는 측은지심, 의롭지 못한 일을 부끄러워하는 수오지심, 남을 공경하고 사양하는 사양지심,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시비지심으로 백성을 깨우치게 했다. 임금은 늘 백성과 함께해야 하고 임금이 백성을 착취하면 백성은 임금을 제거해 버려야 한다는 사상을 펼쳤다. 

 

나는 나의 스승 공자님의 가르침에 머물지 않고 공자님의 사상을 재해석해서 유가의 학문 체계를 확장해 갔다. 이 나라 저 나라 떠돌며 나의 사상을 펼치려고 끝없는 고행을 했다. 그러나 세상은 나의 사상과 이상을 펼칠 수가 없었다. 왕들은 오직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을 뿐 백성들의 안위는 나몰라라 했다. 나는 가망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일흔이 넘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나는 아버지가 안 계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지만 나를 위해 좋은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신 어머니의 사랑 덕분에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뜻을 펼칠 수 있는 사상가로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줄 수 있었다. 나는 팔십삼 세로 자연이 주는 나이를 다 채우고 인생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세상을 떠났다.

 

선한 행위는 단순히 

그 '선함'을 배운다고 되는 것은 아니며, 

선한 행위는 사람의 감정에서 출발해야

보다 더 자발적이게 되고 

그 동기는 더욱 강해진다.

 

 

[전명희]

서울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다 그만두고

‘밖철학연구소’를 설립해 연구에 몰두했지만

철학 없는 철학이 진정한 철학임을 깨달아

자유로운 떠돌이 여행자가 된 무소유이스트

이메일 jmh1016@yahoo.com

 

작성 2024.07.22 12:11 수정 2024.07.2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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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