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 책] 사그레스 대항로

김용필 지음

‘청년들이여! 꿈을 가진 자는 바다로 가라. 해양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바다로 가는 자는 부와 행운을 얻을 것이다.’ 포르투갈을 해양대국으로 만든 엔히크 왕자의 말이었다. 

 

남해의 바닷가에서 태어나서 바다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우린 해양대학을 졸업하고 마도로스가 되는 꿈을 꾸며 날마다 바닷가에서 놀았다. 여름이면 파도를 타며 놀았고 밀물 때 해변으로 나가서 농어 떼가 몰려오면 긴장대로 후려쳐서 잡았고 낚시에 걸려오는 복어는 배를 박박 불려 바위에 던져 배통을 터뜨리는 재미에 신났다. 가끔 풍선을 타고 멀리 깊은 바다로 나가기도 하였고 썰물로 드러난 갯벌을 뛰어다니며 돌막에 갇힌 물고길 잡고 낙지를 잡았다. 겨울이면 해변으로 밀리는 돌문어를 잡으러 다녔다. 꿈을 잘 꾸며 키보다 큰 문어를 줍곤 하였다. 그렇게 바다는 즐거운 놀이터였다. 

 

우린 그렇게 늘 대양으로 가는 꿈과 마도로스가 되는 꿈을 꾸다가 헤어졌다.  푸른 빛의 아름다운 수평선, 시원한 바람과 낭만과 서정이 넘실대는 바다를 상상해 보면 바다는 늘 그렇게 아름답고 순한 너울을 출렁이는 평화로운 곳이었다. 그런데 폭풍의 바다는 무서운 악마로 변한다. 그해 여름에 있었던 일, 그렇게 아름다운 바다가 악마로 보인 것은 폭풍 때문이었다. 잔잔한 파도가 갑자기 거센 바람과 거친 파도를 일으켜 숨 막히는 폭풍이 해변을 강타하였다. 

 

태풍이었다. 부두에 매인 배들이 모두 파손되거나 떠내려갔다. 인간의 힘으론 감당하기 어려운 무서운 힘이 부두를 휩쓸어 버렸다. 바다에 나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부두는 어느새 울음바다로 변했다. 바다에 나갔던 사람들이 거센 파도에 휩쓸려 실종된 것이다. 그들은 결코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부터 바다가 무섭고 두려운 공포였다. 바람이 불고 파도만 거칠어도 오싹한 공포가 소름이 끼치는 그런 바다가 싫었다.

 

그러나 곧 바다는 고요한 평화를 되찾고 사람들은 무서운 폭풍의 악몽을 떨쳐버리고 고기잡이 배를 띄우고 갯벌로 나와 조개를 캔다. 무서운 바다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곳에 생명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다는 생명의 보고이며 식량을 안겨주는 낙원이다. 배를 타고 그물을 던지면 물고기가 잡히고 갯벌을 후비면 조개와 소라를 잡고 푸른 물속엔 해초가 풍성하니 언제나 배부르다. 

 

훗날 친구는 해양대학을 나와 리스본의 사그레스 해양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마도로스가 되었는데 난 마도로스가 되지 못하고 바다와 해양을 사랑하는 소설가가 되었다.  폭풍의 바다는 시도 때도 없이 무수한 사건과 사고를 일으켜 인간의 한계를 실험하고 도전하는 체험장이다. 고난을 극복하는 자에게 언제나 행운을 안겨준다. 

 

바다가 거친 폭풍을 안고 올 땐 무서운 공포를 안겨주지만 잔잔한 은빛 물결이 출렁일 때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다. 어부가 다시 바다로 나가는 것은 그곳에 생명의 원천이 있기 때문이다. 생명의 바다, 꿈을 가진 자들은 바다로 가라. 그곳에 네가 찾는 희망이 있을 것이다. 바다는 용감한 자에게 희망을 주고 나약한 자에겐 절망을 안겨준다. 언제부터인지 난 바다를 사랑하고 동경하는 이상론자가 되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바다와 섬을 찾아 해양소설을 쓰게 되었다. 바다와 대양은 운명같은 것이었다. 바다는 인간을 시련들께 하지만 강한 지혜와 역경에 대처하는 힘을 길러준다.

 

이 소설은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소설집으로 바다와 해양을 개척하는 사람들의 고뇌와 거친 바다에 적응하고 순응하는 질서와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 이다. 연안에서 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먼 대양에서 물류 이동과 원양어선 선원들이 파고와 사투를 벌이는 극한 상황을 극복하는 고뇌를 문학으로 풀어내려고 하였다. 

 

지혜로운 서양인들은 일찍이 삶을 찾아 바다로 나갔다. 대륙으로 간 사람들은 굶어 죽어도 바다로 간 자는 풍족한 삶을 누렸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의 왕. 알퐁스 5세는 아프리카 항로를 개척한 후 해양개척에 정열을 쏟았다. 그의 왕자 엔히크는 사그레스에 해양학교를 세우고 수많은 항해사와 해군을 길러냈다. 마젤란, 다스코 다가마, 콜럼버스가 사그레스 해양학교 출신이다. 이곳 사그레스 해양 사관학교에선 바다를 다스리는 수많은 항해사와 신천지를 개척하는 해군 장교들이 양성되었다. 그들이 포르투갈을 해양대국으로 우뚝 섰다. 꿈을 가진 자는 바다로 가라. 대양은 너의 꿈을 실현시켜 줄 것이다.

 

김용필 지음 / 소설미학 펴냄

 

작성 2024.08.08 08:50 수정 2024.08.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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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