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바다 옆 작은 카페에서 누리는 오키나와 블루!

오키나와 감성 여행 1부

여계봉 선임기자

 

일본이지만 일본이 아닌 곳. 류큐(琉球) 왕국이 전해주는 보물들로 가득 찬 곳. 하늘빛 바다와 바다빛 하늘이 만나는 곳. 오키나와의 하늘과 바다가 빚어내는 파랑의 변주는 섬에 대한 우리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오키나와는 우리 제주도와 닮은 점이 많다. 인천에서 가까운 비행거리가 그렇고, 아열대풍의 가로수와 열대림 숲들이 그렇고, 에메랄드빛 바다, 돌담과 바람이 그렇다. 뭍으로부터의 빈번한 침략과 전쟁으로 얼룩진 섬의 역사도 그렇다.

 

오키나와는 나하시가 있는 본섬을 중심으로, 약 40여 개의 사람 사는 섬과 무인도로 이뤄진 군도다. 군도의 공식 명칭은 류큐제도. 류큐란 지역이 일본에게 정복당하기 이전의 왕국 이름이다. 오키나와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의 특징은 첫 여행은 나하시를 중심으로 하는 본섬 여행을 시작으로 차츰 주변 섬, 그리고 먼 섬까지 여행하는 패턴을 보인다. 필자 또한 렌터카를 이용해서 본섬을 세 등분해서 북부, 중부, 남부 순으로 일주일 동안 느긋하게 오키나와의 감성을 즐겨보기로 한다.

 

오키나와 북부 코우리섬 전망대의 에메랄드빛 해변

 

오키나와 남부의 나하시와 차탄시가 다운타운, 맛집, 술집, 소소한 비치, 아메리칸빌리지 등 오키나와에서의 도시적 라이프스타일을 맛볼 수 있는 곳이라면, 북쪽은 다운타운보다는 자연 풍광과 리조트, 연륙교를 통해 승용차로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섬들이 있다. 많은 여행자들이 주로 동양 최대의 수족관인 츄라우미 수족관의 고래상어를 보기 위해 오키나와 북부를 여행하지만, 오키나와의 오래된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섬 지방을 여행하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야가지섬은 가로수가 사탕수수다. 

 

코우리섬은 58번 국도를 달리다 연륙교로 이어지는 ′오지마섬′과 ′야가지섬′을 거쳐 도착할 수 있는 섬이다. 아가지섬과 코우리섬은 사탕수수 산지로 유명하다. 사탕수수밭 사이로 난 비포장도로를 따라 해풍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추는 사탕수수의 장엄한 군무를 감상하며 섬을 일주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야가지섬에서 코우리섬으로 연결되어 있는 2km 남짓한 다리는 우리나라 드라마에 나온게 계기가 되어 한국인들이 많이 찾아온다. 코우리 대교 전망대에서 만난 중국인 가족도 한국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공효진과 조인성의 드라이브 장면을 보고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다리 전망대 아래로 내려서면 하얀 산호 조각들로 덮인 모래 해변에는 에메랄드빛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간다.

 

야가지섬과 코우리섬을 잇는 코우리대교

 

다리를 지나 막상 코우리섬에 들어서면 그저 평범한 어촌이자 작은 여행지의 소소한 모습에 약간 실망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고 한적한 섬의 풍경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마음의 짐을 덜어준다.

 

섬을 한 바퀴 돌려면 길이 좁은 비포장도로를 따라 사탕수수밭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곡예 운전을 해야 한다. 코우리섬은 거친 해풍 때문에 집들이 모두 납작하게 엎드려 있는데 그 가운데에 유독 우뚝 서 있는 건물이 ′코우리 오션타워′다. 해발 82m 높이의 건물 1층에는 이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전시된 코우리섬 박물관이 있고, 전망대는 2층과 3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통창 너머로 코우리대교와 그 건너 야가지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코우리 오션타워에서 바라본 야가지섬

 

민가가 모여있는 마을로 들어선다. 자주 듣는 이야기이지만 오키나와는 우리의 제주도와 닮은 점이 많다. 섬 자락 숲 사이로 좁은 길들이 이어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 집들이 띄엄띄엄 있는 모습이 고즈넉하기 짝이 없다. 코우리섬 집들은 붉은 기운의 기와가 주를 이루고 있고, 주로 목조 주택들인데, 추녀를 받치고 있는 굵은 나뭇가지들의 모습에서도 제주의 돌집을 연상하게 된다.

 

붉은 기와를 인 나무집과 돌담이 제주도와 닮았다.

 

자동차로 섬을 한 바퀴 돈 후에 화이트칼라로 치장한 2층 건물의 카페로 들어간다. 앞마당에 정원수로 심은 잎과 줄기가 무성한 바바나 나무가 남국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섬 토박이인 주인 여자는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는 인테리어 소품과 장식용 오브제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약간은 장황한 섬 자랑을 끝마치고서야 주문을 받는다. 카페 대형 유리창을 통해 코우리섬과 오키나와 본섬 사이의 좁은 만을 가로지르는 코우리대교와 북쪽 이제나섬, 이헤야섬으로 향하는 여객선과 어선들이 하얀 물꼬리를 달고 미끄러지듯 휘돌아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하얀색 외관이 바다와 잘 어울리는 코우리섬 카페

 

카페에서 무심하게 풍경을 바라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북적이는 군중 속에서 외로움이 깊어지는 순간은 자연이 주는 위로에 몸을 맡겨야 할 타이밍이다′라고. 태풍 예보로 이곳으로 오는 내내 광풍처럼 휘몰아치던 바닷바람도 그동안 고생했노라고 쓰다듬어주는 따뜻한 손길로 바뀐 지 이미 오래다. 

 

전망 좋은 카페에서 오키나와 감성을 한참 동안 즐긴다.

 

어린이를 동반하여 오키나와로 오는 여행자들이 반드시 들리는 곳이 추라우미 수족관이다. 오키나와 국제 해양 박람회를 계기로 1975년 개장한 아시아 최고 규모의 수족관인데 가족 단위 여행객들은 이 수족관 하나를 보기 위해 오키나와에 온다고 할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한 곳이다. 

 

추라우미 수족관 입구의 고래상어 동상

 

수족관에서 1대1 비율의 거대한 아크릴 패널 수조가 압권이다. 그 어떤 영화 스크린보다 방대한 수조 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고래상어를 비롯해 대형 가오리 등을 바로 눈앞에서 마주할 수 있어서 ′흑조의 바다′로 불린다. 야외무대에서는 돌고래쇼를 관람할 수 있고 실내전시관에서는 각양각색의 열대어를 감상할 수 있고 성게나 불가사리, 해삼 등을 만져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연일 밀려드는 국내외 여행자들로 추라우미 수족관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고민도 많다. 지금은 세계 3대 수족관으로 오르내릴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지만 3마리이던 고래상어가 1마리밖에 안 남아 이 고래상어의 생존 여부가 향후 수족관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추라우미 수족관의 랜드마크, 초대형 아크릴 수조

 

오키나와 북중부에 있는 네오파크(NEO PARK) 동물원은 약간은 오래된 시설이지만 자연 친화적 동물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동물원에 들어서는 순간 딱 필요한 만큼만 개입하고 딱 필요한 만큼만 떨어져 동물을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새들이 산책로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나다니고 기니피그와 카피바라와 강아지와 그리스 거북이를 만질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사람 손이 덜 간 숲속 이동로를 따라 플라멩고, 너구리 원숭이, 펠리칸, 라마 등 쉽게 볼 수 없는 동물들을 2시간 정도 관람한 후 30분 정도 트램을 타고 동물원을 한 바퀴 돌면 오랫동안 인상에 남는 동물원 방문이 될 것이다. 

 

자연친화형의 네오파크 동물원

 

오키나와 북부는 번잡한 관광지 투어가 아니라 그곳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엿보고 자연의 풍광을 느긋한 보폭으로 즐기는 여백 넘치는 여행지다. 2부에서는 무심하게 걷다가 만난 의외의 장소에서 오키나와의 정취를 물씬 느끼는 모습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이메일 : yeogb@naver.com

 

작성 2024.08.10 09:25 수정 2024.08.1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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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