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바닷가 풍경의 끝판왕, 오키나와 서쪽 해변

오키나와 감성 여행 2부

여계봉 선임기자

 

바닷가 풍경의 끝판왕, 오키나와 서쪽 해변 

 

오키나와는 일본 내 유일하게 아열대 해양성 기후의 섬이다. 오키나와의 8월 기온은 서울과 비슷하다. 더위를 피해 오키나와 여행을 하려면 기온이 높지 않고 강수량이 적은 10월부터 4월 사이가 적기이기는 하지만 ″오키나와=바다=해수욕″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려면 4월과 10월 사이가 가장 좋다. 

 

영롱한 코발트 빛을 띠는 바다와 아찔한 해안절벽인 만좌모, 일몰 명소 잔파곶, 그리고 스노쿨링과 스쿠버다이빙 명소인 푸른 동굴 등 오키나와를 대변하는 핵심 관광지가 있는 오키나와 서쪽 해안의 온나손은 오키나와 최고의 휴양지다. 그래서 이 부근에 고급 호텔과 대형 리조트들이 몰려 있는데, 만좌모와 잔파곶의 접근성에 따라 호텔과 리조트 객실 가격대가 달라진다.

 

오키나와 중요 관광지가 밀집되어있는 온나손의 해안

 

국립자연공원인 만좌모는 거대한 코끼리가 바다로 뛰어들다 그대로 돌이 된 형상을 가진 바위로 유명하다. 석회암의 침식으로 형성된 코끼리 옆모습을 닮은 절벽이 깎아지른 듯 서서 푸른 바다와 오묘한 하모니를 이룬다. 절벽 위는 분지 형태의 넓은 초원인데, 주변에 있는 식물군락은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다. 어찌나 규모가 큰지 18세기 초 류큐(琉球)의 왕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 ″1만 명도 앉을 수 있는 초원″이라고 말한 것이 이름의 유래가 됐다고 한다. 만좌모(萬座毛)의 ′모′를 한자로 ′毛′라고 쓰는 이유는 초원이라는 한자어를 오키나와에서는 이같이 표현하기 때문이다. 

 

1만 명도 앉을 수 있는 ′만좌모′의 초원

 

이곳에서는 융기 산호초가 만들어낸 단애 절벽과 맞은편 만좌 해변의 경이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거친 파도가 만들어낸 독특한 해안지형은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주며, 바다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주변 경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사람의 손이 덜 간 자연 그대로의 해변과 산호초, 그리고 절벽 위의 넓은 초원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매력적인 곳이다.

 

′만좌모′는 코끼리 옆얼굴 모양의 독특한 자연 지형물이다.

 

오키나와 본섬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잔파곶은 2km 길이의 융기 산호초로 이루어진 해안절벽으로, 오키나와에서 가장 마지막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 촬영지로도 알려진 이곳에는 높이 30m의 단애 절벽이 이어지며, 바위 위에 세워진 하얀 등대와 함께 절경을 이룬다. 절벽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밀려오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는 광경은 절로 가슴을 뛰게 만든다.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여기저기에서 웨딩 사진을 찍는 예비 신혼부부들 모습은 여행자의 발걸음을 자주 멈추게 한다. 온나손 근처에 있는 잔파비치는 오키나와 최대급의 산호초로 유명하고, 코발트색의 바다와 새하얀 모래사장, 야자수가 늘어선 한적한 나비 비치는 남국에서의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일몰 명소인 잔파곶의 하얀 등대 

 

전 세계적으로 다이버들이 많이 찾는 오키나와는 전문 다이버가 아닌 일반 여행객들도 쉽게 체험을 해볼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온나손에 있는 ′푸른 동굴′은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로 바다 안으로 들어오는 빛이 반사되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치 조명으로 바닷속을 비추고 있는 듯한 영화에 나올법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열대어와 함께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 투명카약 등의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업체들도 다수 있어 많은 한국인 여행객들이 온나손의 푸른 동굴을 찾고 있다. 스쿠버다이빙의 경우 보험 가입 나이 제한 때문에 10세부터 60세까지 체험할 수 있는데, 60세 이상이라도 오픈 워터 자격증이 있으면 입수가 가능하다.

 

스쿠버다이빙 명소인 온나손의 ′푸른 동굴′ 

 

오키나와 속 작은 미국으로 불리는 차탄시의 ′아메리칸 빌리지′는 미국 서부 해안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오키나와 중부 바닷가의 미군 기지가 있던 자리에 조성돼 있다. 쇼핑과 레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이곳은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시포트 빌리지를 모델로 삼아 만들어진 복합문화 쇼핑타운으로, 영화 ′여인의 향기′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거리에는 미국풍의 대형슈퍼와 게임장, 쇼핑몰, 영화관, 레스토랑 등이 즐비해 일본 속에서 또 다른 미국 문화를 느낄 수 있는데, 연중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카페에서 내려다보이는 아메리칸 빌리지 해변

 

아메리칸 빌리지는 거리 자체가 어뮤즈먼트 파크처럼 잘 꾸며져 있어 오키나와 먹거리를 즐기며 돌아다니기만 해도 관광지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주말에는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미군들이 가족, 친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해변과 인접해 있는 덕분에 아름다운 석양과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어 오키나와 여행객들이 반드시 찾는 곳이다. 그동안 아메리칸 빌리지의 랜드마크로 오키나와 중부의 거리 풍경과 동중국해 바다까지 이어지는 전경을 감상할 수 있었던 60m 높이의 대관람차가 작년에 안전 문제로 철거되는 바람에 여행자들의 아쉬움이 크다. 

 

 여행자들의 천국, 아메리칸 빌리지의 야경 

 

오키나와 지역을 두루 여행하기 좋은 숙소를 추천하라면 필자는 온나손에 있는 리잔 시파크 호텔 탄차베이를 제안한다. 작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예약한 해외호텔 중에서 1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 이어 오키나와 리잔 시파크 호텔 탄차베이가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정받은 4성급 호텔이다. 

 

호텔 바로 앞에 오키나와 해안 국립공원의 환상적인 바다가 펼쳐지는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 오키나와 최다의 객실 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실내외의 대형 수영장, 헬스클럽, 사우나시설과 놀이터, 당구장, 미니 골프 등의 레크리에이션 시설, 키즈 클럽, 카페, 대연회장 등의 시설도 갖추고 있다. 만좌모, 잔파곶 등 유명 관광지와 인접해 있어 여행하기 편리하며 슈리성도 차로 30분 거리에 있고, 나하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차로 50분 정도 걸린다.

 

접근성과 가성비가 뛰어난 리잔 시파크 호텔 탄차베이 

 

객실 바로 앞에 있는 호텔의 프라이빗 천연 비치로 나가면 800m의 백사장이 이어지고,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해변 물놀이장과 야외 수영장, 하늘의 색을 담은 선셋, 오키나와의 해풍, 부드러운 파도 소리가 반겨준다. 오션뷰의 스위트룸부터 스탠다드룸까지 다채로운 객실을 갖추고 있고 일식, 양식, 중식, 바베큐 등의 여러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으며 호텔 로비의 바, 바닷가의 카페에서는 라이브 공연도 열린다. 다채로운 음식을 갖춘 뷔페식 조식은 오키나와 호텔 중에서도 베스트로 꼽힌다. 호텔 안에서 식사, 스파, 수상 스포츠,  사우나, 오락, 카페, 요가 등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 완벽한 호캉스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8km에 달하는 프라잇 비치의 야외 물놀이 시설

 

식당에서 만난 현지인이 소개해 준 한적한 바다로 찾아간다. 렌트카를 길가에 주차한 뒤 인적이 끊긴 숲길을 헤치고 걸어가니 길 끝에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아름다운 트로피칼 비치 해변이 기다린다. 관광객들에게 약간은 생소한 차탄시 교외의 작은 해변에서 수심 10m까지 훤히 보이는 깨끗한 바다의 산호초 사이를 노니는 열대어들을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트로피칼 비치의 푸른 바다

 

오키나와의 서쪽 해안은 매력적인 장소들이 많다. 여행의 피로를 잊게 해주는 에메랄드빛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실컷 즐기고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를 체험하면서 더욱 생동감 넘치는 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오키나와의 아픈 생채기로 남아 있는 류큐 왕국과 태평양 전쟁의 유적지가 남아 있는 오키나와의 남부 지방을 둘러보면서 일본 본토와 차별되는 그들만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보고자 한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이메일 : yeogb@naver.com

작성 2024.08.15 10:00 수정 2024.08.15 13:31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여계봉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