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소유 너머의 일상, 화요 편지 김고은입니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무더위에 독자 여러분들은 잘 지내고 계시는가요? 겨울과 여름 중 하나의 계절을 고르라면 저는 단연코 겨울을 고르는 더위를 매우 싫어하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언젠가부터 제게 여름은 회피해야 할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분명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면 바깥 날씨에 상관없이 밖에서 친구들과 노는 게 좋았던 일과 심지어 친구의 땀으로 흠뻑 젖은 옷이 부러워 저도 더 땀이 나도록 뛰어놀았던 기억도 있는데 말입니다. 또 신나는 여름방학을 보내고 난 친구의 태운 살갗이 벗겨지는 게 신기하면서도 부러워 다음 휴가 때는 나도 살갗이 다 타도록 놀아봐야지 하는 결심도 하곤 했지요.
사춘기가 되면서는 하얀 피부를 가진 게 미적으로 예쁘다는 인식이 만연해지고 겨드랑이에서 땀이 난 흔적이라도 친구에게 들키면 암내 난다고 놀리는 친구들을 보면서 자연스러운 여름의 현상이 경계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햇볕에 살이 타지 않기 위해 선크림도 바르고 땀이 나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야외 활동도 즐기지 않게 됐지요.
요즘은 여름휴가도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가장 덥고 비싼 시기에 휴가를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지요. 선선한 봄이나 가을이 여행을 즐기기에는 더 적합하고 성수기도 아닌지라 가격마저도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그래서 무더운 여름에는 집에 있는 에어컨 앞만 한 곳이 없다는 게 여름을 합리적으로 보내는 제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여름에 관한 생각이 확고해질수록 저는 여름을 견디는 게 더 버거워졌습니다. 더위 속에서 무언가를 해야 할 때면 갑작스레 짜증이 올라오기도, 괜히 그 불똥이 함께 있던 사람에게 퉁명스러운 말투로 나가기도 했지요.
여름은 원래 덥습니다. 그런데 전 여름은 원래 더운 거라는 당연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제 뜻대로 통제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더위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더라도 전 예기치 못하게 더위와 마주치곤 했고 그때마다 불쑥 올라오는 짜증을 마주하게 됐지요.
여름에 더위를 참지 못하고 짜증을 낸다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던가요? 원래 여름은 더운 거지, 원래 땀이 나는 거지, 원래 햇볕이 따가운 거지, 햇볕에 살이 탈 수도 있는 거지, 높은 습도에 숨이 막힐 거 같은 느낌도 느낄 수 있는 거지라고 받아들이니 여름은 그냥 여름이었습니다. 좋을 것도 싫을 것도 없는 매년 마주하게 되는 여름이요.
여러분은 특정 대상에 대해 좋고 싫음에 대한 기준이 분명해서 고통받은 적은 없으신가요? 강풍 앞에 뻣뻣한 나무는 부러지고 부드러운 갈대는 살아남는 거처럼 일어나는 일의 흐름에 부드럽게 올라타 보시는 건 어떨까요?
K People Focus 김고은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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