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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모기 입 비뚤어지고 초록 풀이 울고 돌아간다는 처서다. 기세등등했던 여름이 처서에게 등떠밀려 가을의 저편으로 달아나는 날이다. 하지만 꺾이지 않는 열대야의 위력으로 처서의 마력은 약발이 떨어진지 이미 오래다.
여름이 떠날 채비를 하면 가을은 소리로 다가온다. 온 여름을 뜨겁게 달군 매미는 시간이 없다고 발을 동동 구르며 운다. 이맘때는 풀 냄새가 좋다. 여름내 온갖 잡풀들이 활개친 통에 집앞 공원 잔디밭은 완전 풀밭이다.
우북한 풀밭이 매끈한 잔디밭으로 되돌아가는 날은 언제일까. 옛사람들이 '어정 칠월, 건들 팔월'이라고 했듯이 유독 우리를 힘들게한 올 여름이 '어정어정 건들건들' 지나가길 고대해본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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