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 나오는 적도(赤島)와 불을도(弗乙島) 그리고 침도(砧島)라는 섬은 현재 지명으로 어디일까. 우선 적도(赤島)에 대한 난중일기 기록부터 살펴보자.
"1593년 6월 26일(기유) 큰비가 계속 내리고 남풍이 많이 불었다. 아침에 복병선이 와서 변고를 보고하였는데 '적의 중선과 소선 각 1척이 오양역(견내랑 북측의 현 거제시 사등면 오량리) 앞에 이르렀다.'고 하였다. 각을 불고 닻을 올리고 함께 적도(赤島)에 이르러 진을 쳤다."
다음은 불을도(弗乙島)에 대한 기록이다.
"1593년 6월 27일(경술) 비가 내리다 맑았다 하였다. 12시경에 '적선 2척이 견내량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하기에 진을 이끌고 나오니 이미 달아났다. 그래서 불을도(弗乙島) 바깥쪽에 진을 쳤다." 1593년 6월 28일 일기에도 불을도가 등장한다.
다음은 침도(砧島)에 대한 난중일기의 기록이다.
"1595년 4월 8일(경술) 맑았다. 동풍이 많이 불었다. 적들이 밤에 달아났다는 소식을 듣고 토벌하러 들어가지 않았다. 늦게 침도(砧島)에 이르러 우수사(이억기), 배 수사(배설)와 활을 쏘았다. 여러 장수들도 모두 들어와서 참석하였다. 저녁에 본진으로 돌아왔다."
임진왜란 해전에 관한 기록인 안방준의 『은봉전서』, 「부산기사」에는 한산도해전을 묘사하면서 불을도(弗乙島)를 불도(弗島)로 표기했다.
"이날 싸움에서 부서진 데 없이 포획한 배가 무려 70여 척이나 되었는데, 정운이 혼자서 담당한 것이 그 반을 넘었다. 그날 저녁에 불도(弗島)에 머물렀다."
한자로 음차표기를 하는 경우 새 을(乙) 자는 'ㄹ' 받침인 경우가 많으므로 불을도와 불도는 같은 섬으로 봐야 한다.
조선 후기 지도인 광여도(1736~1776)에 한산도 주변의 섬들이 자세히 나온다. 한산도 북측에 적도(赤島)가 있고 그 서북측에 침도(砧島)가 있다.
통영여안여객선터미널에서 여객선을 타고 한산도로 가는 길에 견내량 쪽으로 바라보면 길쭉하게 방아다리(砧)처럼 생긴 섬이 하나 있다. 이 섬을 이순신 장군은 침도(砧島)라고 표기했다. 침(砧) 자는 ‘다듬잇돌’이라는 뜻도 있지만 ‘방아’라는 뜻도 있다.
'방아'를 '침(砧)'으로 표기한 지명은 다수 있으며, 국토해양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간한 <한국지명유래집> 경상편(p.713)에 나오는 경남 함안군 군북면 영운리 소재 속칭 '방아산'을 '침산(砧山)'으로 표기한 예가 대표적이다.
한자로 방화도(放火島)라는 지명은 1915년에 작성한 ‘경상남도지지조서’에 처음 등장한다. 방화도(放火島)는 민간에서 불리던 속칭 '방아섬'을 한자로 차자표기 한 것이다.
한산도 관암 마을 북측에 있는 섬이 현재 지명으로 화도(花島)이다. 이순신 장군은 이 섬을 적도(赤島) 또는 불을도(弗乙島)라고 표기했다. 화도는 '붉섬'으로도 불리며, 그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봄에 진달래가 많이 피면 섬이 붉게 보여 '붉섬(불섬)'이라 했다는 설화가 통영 지역에 전해온다. 속칭 '불섬'을 이순신 장군은 차자표기로 ‘불을도(弗乙島)’ 또는 '적도(赤島)'로 표기했다. 안방준의 경우는 은봉전서에서 속칭 '불섬'을 차자표기로 '불도(弗島)'로 표기했다.
[이봉수]
이순신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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