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와 임진장초에는 구미(龜尾)라는 지명이 4개 등장한다. 이목구미(梨木龜尾), 화준구미(花樽龜尾), 원두구미(元頭龜尾), 군영구미(軍營龜尾)가 그것들이다. 구미는 포구 형태로 해안 깊숙이 들어간 지형적 특징을 갖고 있다. 바깥 바다에서 보면 잘 보이지 않는 해안의 후미진 곳에 위치한다.
국어국문학 분야 학자들은 지명 형태소 '구미'의 어원, 형태, 의미를 고찰하여 많은 연구 결과를 거두었다. 그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구미'의 어원과 형태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견해가 다르지만, '구미'의 의미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가 크지 않다. 다음은 최근 지명형태소 '구미'에 대한 연구를 종합한 국어국문학 분야 논문에서 '구미'의 의미를 고찰한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 '구미'의 의미는 애초에는 '바다로 길게 뻗은 두 곶 사이에 형성된 포구(浦口)처럼 후미지게 생긴 땅'을 이르는 말이었으나 <<후략>>" 장영길, 2009, 「지명 형태소 {-구미}의 형태·의미론적고찰」, 『어문학』. '구미'는 고유한 우리말로서 한자를 차자(借字)하여 여러 가지 표기로 나타내었다. ‘구미’의 차자 표기는 ‘仇未’, ‘口味’, ‘九味’, ‘九尾’, ‘九美’, ‘口非’, ‘九非’, ‘仇俳’, ‘龜尾’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이목구미는 임진왜란 직전인 1592년 2월 19일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영 관하의 5포를 순시할 때 지나간 곳이다. 화준구미는 1592년 9월 1일 부산대첩(옛 해전명 부산포해전) 당시 소규모 해전이 있었던 곳이다. 원두구미는 한산도에 있는 지명이며, 군영구미는 명량해전 직전 이순신 장군이 조선수군 재건을 위해 움직인 경로상에 있다.
이목구미와 화준구미의 위치는 이순신전략연구소가 학술 등재지에 논문을 게재하여 그 위치를 밝혔다. 논문에 의하면 이목구미는 전남 여수시 화양면 이목리이다. 화준구미에 대해서는 그동안 부산시 사하구 다대동 화손대 남측 해안이라는 설이 있었으나, 화손대 북측의 깊숙한 내만으로 새롭게 비정(比定) 했다. (이봉수, 윤헌식, 2022, 난중일기와 임진장초에 기록된 '구미' 지명의 위치 고찰, 문화역사지리 제34권 제2호).
1595년 7월 23일 난중일기에 나오는 한산도의 원두구미(元頭龜尾)는 관련 사료를 찾기 어려워 그 위치를 비정하기 어려웠으나, 2022년 통영문화원이 발간한 '이순신과 통영 한산도(김일룡 송성모 공저)' 책(p.151~152)에서 그 위치를 비정했다. 한산면 창좌리 입정포 마을의 온두단(溫頭端, 속칭 따신물치)이 있는 깊숙한 내만이 지명의 음차나 지형의 특성으로 볼 때 원두구미로 추정된다.
군영구미에 대해서는 그 위치에 대해 학계에서 논란이 있다. 전남 보성군 회천면 전일리 군학마을이라는 설과, 장흥군 안양면 해창리라는 설이 대립하고 있다. 선행 연구자들이 군영구미를 군학마을로 비정함에 따라 전남도와 보성군은 이를 좇아 '조선수군 재건로' 표지판을 설치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문화역사지리 제33권 제2호 논문에서는 1597년 8월 17일 난중일기에 나오는 군영구미(초고본 軍營仇未, 전서본 軍營龜尾)를 현재 지명으로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창리 해창 마을로 비정(比定) 했다. 이전에 나온 이수경 박사의 논문(2020, p.115-130)도 군영구미를 해창 마을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해창 마을은 구미 지형의 특성을 갖춘 내만에 위치한다.
[이봉수]
시인
이순신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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