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의 절반가량이 장기적인 울분 상태에 빠져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27일 발표한 '한국인의 울분과 사회·심리적 웰빙 관리 방안을 위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49.2%가 장기적인 울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독일의 유사 연구 결과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로, 한국 사회의 심리적 불안정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특히 하위계층과 30대 연령층에서 울분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자신을 하층 계급으로 인식하는 사람들 중 60%가 장기적 울분 상태에 놓여 있었고, 30대의 경우 심각한 울분을 겪는 비율이 13.9%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았다. 이들 중 자살을 고려한 적이 있는 응답자도 60%에 달해 심리적 지원과 개입이 절실히 요구된다.
울분은 부당함, 모욕, 그리고 신념에 반하는 스트레스 경험에서 비롯된 감정적 반응으로 정의된다. 이번 조사에서 울분 정도는 1.6점 미만(이상 없음), 1.6점 이상∼2.5점 미만(중간 수준), 2.5점 이상(심각 수준)으로 구분되었으며, 1.6점 이상을 '장기적 울분 상태'로 규정했다. 응답자의 전체 평균 점수는 1.56점으로, 중간 수준의 울분 단계에 근접한 수준이다. 하지만 과거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장기적인 울분 상태에 놓인 비율은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울분과 개인의 생애사건 경험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을 발견했다. 최근 1년간 부정적인 사건을 경험한 응답자는 전체의 77.5%에 달했으며, 이러한 경험은 가구의 월소득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월소득 300만 원 이하 계층의 경우, 부정적 생애사건 경험 점수가 평균 3.40점으로 가장 높았고, 소득이 높아질수록 그 점수는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와 함께 부정적인 사건 경험이 많을수록 울분 점수도 높아지는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또한, 응답자들의 세상에 대한 공정성 인식 점수도 울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 60세 이상 응답자의 경우 공정성 인식 점수가 3.42점으로 가장 높았지만, 20대와 30대는 3.13점으로 가장 낮았다. 자신을 하층으로 인식하는 이들의 공정성 인식 점수는 3.28점에 그쳤으며, 이는 상층(3.86점) 및 중간층(3.63점)보다 낮았다. 공정성에 대한 믿음이 클수록 울분 점수가 낮아지는 부적 상관성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사회적 이슈로 인한 울분도 매우 높게 나타났다. 직접 겪지 않은 사회·정치적 사안이 일으키는 울분의 평균 점수는 3.53점으로, 이는 정치·정당의 부패, 정부의 부도덕한 행위 은폐, 언론의 왜곡 보도, 안전관리 부실로 인한 참사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 사회의 절반 가까이가 장기적인 울분 상태에 있으며, 특히 하위계층과 30대에서 그 심각성이 두드러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 해소와 공정성 회복을 위한 정책적 개입이 시급히 요구된다. 적절한 대처가 이루어진다면, 국민의 심리적 안녕과 사회적 안정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울분 문제는 개인의 생애사건 경험, 소득 격차, 그리고 사회적 불공정성 인식 등 다방면에서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며, 국민의 정신 건강 증진과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