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천양자 기자]
우리 사회에서 의료과실의 문제가 점점 더 부각되고 있다. 의료과실이란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한 실수나 부주의로 인해 환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 문제에 대해 필자는 과거 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전문위원으로 근무하며, 서울시립병원을 소관 부서로 하여 예산 심사와 조례입법 심사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과실에 대한 법적 근거와 판단 기준, 그리고 의료분쟁 조정 및 중재 절차의 중요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의료과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부과하거나 형사 처벌을 강조하는 것은 의료진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는 의료진이 위험한 상황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
의료과실은 일반적으로 「형법」 제268조에 규정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에 의해 다루어진다. 이 법 조항에 따르면, 의료인이 업무상 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법적 근거는 의료인의 주의 의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의료 행위에 있어서 모든 책임을 의료인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2012년부터 시행되었다. 이 법은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구제하며,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중요한 법적 틀을 제공한다.
의료과실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은 의료인의 '주의 의무'이다. 이는 해당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을 충족해야 하며, 의료인이 동료 의사들 사이에서 기대되는 수준의 주의를 기울였는지가 평가된다. 또한,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고 자기결정권을 존중했는지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의료과실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불법행위와 손해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이는 해당 과실이 없었다면 환자가 해당 손해를 입지 않았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로 입증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진단이나 치료가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아 환자가 사망하거나 중대한 후유증을 겪게 된 경우, 그 과실과 환자의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의료분쟁 조정 및 중재 중요
의료과실로 인해 발생한 분쟁은 신속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2012년 시행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법에 따라 설립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의료분쟁의 조정과 중재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며,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의료인의 법적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의료분쟁 조정 절차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며, 법적 소송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고, 환자는 신속한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서울의 한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사건은 의료과실과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로, 신생아 4명이 사망한 사건에서 의료진이 구속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최종적으로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 사건은 의료 시스템 전반의 문제로 인한 사고로 판단되었다. 이 사례는 의료과실에 대한 법적 판단이 얼마나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와 관련된 의료과실 사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 환자를 전담하여 관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과실이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절차와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다.
의료분쟁의 신속하고 공정한 해결 필요
의료과실은 단순히 의료진의 실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법적 책임과 환자의 권리 보호라는 중요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의료진은 높은 윤리적 기준과 법적 책임을 인식하며,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환자와 의료진 간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개별 의료진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의료과실이 발생하는 원인은 종종 의료 시스템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어, 병원의 체계적인 오류, 의료 장비의 부족, 과도한 업무 부담 등이 의료과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앞으로 환자 안전을 강화하고, 의료진과 의료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제도적 장치도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박동명 /법학박사
∙ 한국공공정책신문 발행인
∙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