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플라토닉 러브(Platonic Love)

고석근

바라만 보며 향기만 맡다 

충치처럼 꺼멓게 썩어 버리는 

 

 - 서안나, <모과> 부분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영화 ‘차이콥스키의 아내’는 한 젊은 여성의 광기 어린 사랑을 보여준다. 19c 러시아 귀족 가문 출신의 안토니나는 러시아 최고의 작곡가 차이콥스키를 처음 본 날부터 원하는 건 단 하나였다. 

 

“그는 신이 주신 영원한 남편이에요. 차이콥스키의 아내, 그게 내 운명이에요. 당신 곁에서 끝까지 이 사랑을 지키겠습니다.”

 

우리는 가끔 눈이 부셔 감히 마주 보지 못하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그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추앙하게 된다. 우상 숭배의 시작이다. 우리는 우상 숭배를 즉각 멈춰야 한다. 우리가 우러러보는 그는 우리의 무의식에 있던 ‘원형상(源型象)’이 밖으로 투사된 것이다.

 

우리의 마음속에 없는 것은 밖에 나타나지 않는다. 안토니나는 차이콥스키를 마냥 숭배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무의식에 있는 ‘차이콥스키’를 깨웠어야 했다. 그러면 그녀는 차이콥스키와 대등한 관계에서 사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설령 차이콥스키처럼 위대한 음악가가 되지 못하더라도 음악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사랑은 서로를 정신적으로 성숙시켜 주는 것이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남편이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상상(理想像)’을 바라만 보며 향기만 맡는가?

 

플라토닉 러브, 그러다 충치처럼 꺼멓게 썩어 버리게 된다. 영원히 썩지 않는 플라스틱 사랑을 위하여.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4.09.12 10:20 수정 2024.09.1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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