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동락(同苦同樂)!
괴로움도 즐거움도 함께한다는 사자성어이다. 우리나라 군대에서 아주 흔하디흔하게 사용하는 말이다.
젊은 시절 전방 부대에서 근무할 때, 지휘관 지휘서신을 팩스로 접수했다. “사자성어 동거동락(同居同樂)의 말처럼…”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이 지휘서신을 기안한 영관 장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 지휘서신 지휘관 결재를 받은 거 맞으시죠? 동거동락이라는 사자성어는 없습니다. 동고동락을 오기한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지휘관도 그렇게 알고 결재했는데…. 에이, 동거동락이 맞잖아!”라는 답을 했다.
그 실무자한테 “국어사전 한번 찾아보고 수정해서 다시 하달해 주십시오. 이대로 하달하면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라고 한 적 있다. 30분 뒤에 ‘동고동락’으로 수정한 지휘서신을 팩스로 접수하여 예하 부대에 전파했다.
‘이 사자성어 하나가 뭐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부하에 대한 인식의 문제와 직결한다. 부하들에 대한 고통의 깊이와 즐거움의 높낮이를 늘 생각하는 지휘관이라면 ‘동거동락’이라는 국적 불명의 말을 사용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 뒤 지상파 모 방송사에서 ‘동거동락’이라는 오락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하긴 했지만, 그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 일이 있기 4~5년 전에 후방에서 근무할 때 또 다른 일이 있었다. 자신의 배가 부르면 부하의 배도 부를 것이라고 늘 착각에 빠져 사는 지휘관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다.
회의하다가 저녁 식사 시간이 도래하면 회의를 중지하고 함께 식사한 뒤, 다시 야간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지휘관 행동이다. 그 지휘관은 특이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도래하면 회의하다 말고 “저녁 먹고 하자!”라고 말한 뒤, 홀로 간부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온다. 그동안 참모들과 실무자들은 회의 결과를 정리하고, 야간 회의 준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일을 여러 번 반복했다.
간부 식당에서 홀로 식사하고, 다시 나타나 “식사들 맛있게 했냐?”며 회의를 진행한다. 그 지휘관은 자신 혼자만 식사하고 나머지는 굶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외면하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 까닭에 부하들은 뒤돌아서면 “지휘관이란? 지만 배부르면 부하들도 배부를 것이라 착각하며 지휘하는 사람!”이라고 수군대기도 했다.
군대의 지휘관이든, 공직자든, 회사 임원이든 부하 직원들을 대할 때 그들의 고통의 깊이와 즐거움의 높낮이를 들여다봐야 한다. 들여다보고 문제점을 인식했다면 즉시 조치해야 마땅하다. 배고픈 고통이 있으면 그에 합당한 조치를 잘해 주고, 즐거움이 있으면 그에 합당한 격려와 축하를 해 줘야 한다.
‘니그들은 내 부하야!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이런 지휘관은 자격이 없다. 이를 교훈 삼아 젊은 시절부터 열린 마음, 열린 귀를 가지는 자기 수련에 힘써야 한다. 훗날 신뢰와 존경의 대상으로 성장하는 길이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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