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가 없는 벗은 사귀지 말아야 한다.
그 비유로 “열매를 맺지 않는 꽃은 심을 필요가 없다.”라고 한다. 꽃의 화려함과 향기로움에 속지 말라는 의미이다.
열매를 맺든 안 맺든 다른 사람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꽃처럼 삶을 가꾸는 것도 좋을 듯하다. 꽃은 아름답다. 상사화처럼 슬픈 꽃도 있다.
상사화의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
이 꽃말은 슬픔, 애처로움, 그리움 등을 함의한다. 우리 인간은 꽃에 이룰 수 없는 사랑, 일편단심, 자애 등의 의미를 부여하듯 사물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는 습성을 지닌 동물이다. 우리의 삶과 결부하여 의미를 부여한다.
상사화는 봄에 잎이 생기고, 여름에 잎이 지고 나면 꽃대가 올라와 꽃이 핀다. 잎이 있을 때 꽃이 없고, 꽃이 필 때 잎이 없다. 잎과 꽃이 서로 그리워하지만, 사랑을 이룰 수 없다.
상사화처럼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빠져 드러눕는 사람을 일컬어 ‘상사병 환자’라 한다.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빠지더라도 운명이라 여기면 훌훌 털 수 있는 일이지만, 더러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이 있다.
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 꽃을 대할 때 있는 그대로 보고 감상하면 좋겠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야생화를 보면 꺾고 싶은 충동을 느끼나 보다. 꺾은 꽃을 화병에 꽂아 놓고 감상하기도 하고, 뿌리째 뽑아서 화분이나 화단에 옮겨 심기도 한다.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싶은 인간의 작은 이기심의 발로이다.
꽃은 아름다움과 선함의 표상이다. 꽃을 꺾어 버리는 행위는 추함과 악함의 표상일까? 문득 한 송이 꽃을 뚝 꺾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꽃에 대한 지독한 사랑 때문일까?
꽃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것이 꽃의 매력이고, 존재 가치이다. 꽃이 만발할 때 세상도 아름다움으로 물들어 가면 좋겠다. 세상의 악함을 지워 버리고 선함으로 채우면 좋겠다.
꽃을 꺾는 행위에 대해서도 손가락질만 할 일은 아닌 듯하다. 포용력으로 품을 일이다. 선함과 악함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간의 이기심은 늘 투명하지 않다. 선함이 추구하는 것은 투명성이다. 투명한 삶은 아름답다.
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평안이 찾아든다. 누란(累卵) 같았던 마음이 존재자로서의 안식을 얻는다. 꽃을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깨달아 본다. 삶을 꽃처럼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면 좋을 듯하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