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시기 충무공 이순신 휘하에서 활약한 인물 가운데 순천의 촌민 출신인 김대인(金大仁)이라는 인물이 있다. 김대인은 그의 인물됨이 이순신의 눈에 띄어 관직에 기용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칠천량해전에 참전하였으며, 능성(지금의 전남 화순군 능주면)의 예성산성에서 공을 세웠다. 다음은 윤휴(尹鑴, 1617~1680)의 『백호집』에 수록된 김대인의 행적이다.
『백호집』 권23, 「제장전(諸將傳)」
김대인은 순천 석보촌(石堡村)의 백성이다. 젊어서 불우하여 머리를 깎고 중이 되었다가 이윽고 환속하여 순천부의 아졸(衙卒)이 되었다. 한번은 통제사(충무공 이순신)의 하인이 매를 부려 사냥을 하고 고을을 횡행하면서 악동들을 거느리고 다니자, 그를 결박하여 매를 때렸다. 통제사가 그를 체포하라고 명하자, 대인이 외치기를 "공은 삼도수군통제사가 되어서 하인을 놓아 백성들을 소란하게 하고 다시 의사(義士)까지 죽이려 합니까?”라고 하니, 통제사가 그의 말을 장하게 여기고 그의 용모를 기특하게 여기어 단번에 그를 승진시켜 비장으로 삼았다.
위 기록은 마치 현대의 TV 드라마처럼 매우 극적인 묘사가 가미된 듯 느껴진다. 이러한 때문에 주인공 김대인의 행적을 너무 미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하지만 안방준(安邦俊, 1573~1654)의 『은봉전서』나 『이충무공전서』 등의 다른 자료에도 김대인의 행적에 대해 위 기록과 비슷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으므로 전혀 근거가 없는 기록은 아닌 듯하다.
김대인 이름은 『난중일기』에도 등장하는데, 다음은 그 해당 기록이다.
『난중일기』 1596년 7월 30일
김대인이 “담제를 지낸다.”라고 하고 휴가를 받아 돌아갔다.
* 담제: 상을 마친 상주가 평상으로 돌아갈 것을 고하는 제례 의식이다.
『난중일기』에 나타난 김대인에 관한 기록은 아쉽게도 그 내용이 아주 간략하다. 김대인의 행적을 기록한 가장 자세한 자료는 안방준의 『은봉전서』에 수록된 「삼원기사(三冤記事)」이다. 김대인이 무고로 인하여 죽음을 당했기 때문에 안방준은 김대인과 더불어 김덕령(金德齡, 1568∼1596), 김응회(金應會, 1555∼1597) 세 사람의 억울한 사연을 모아 「삼원기사」라는 글을 작성하여 세상에 남겼다. 얼마 전에 「삼원기사」를 번역한 서적도 시중에 출간된 것으로 안다.
국가의 공식 기록인 『선조실록』의 기사(97권, 선조31년-1598년 2월3일 무오 2번째 기사/121권, 선조33년-1600년 1월15일 경신 5번째 기사)와 『순조실록』의 기사(19권, 순조16년-1816년 6월8일 병진 2번째 기사)에도 단편적으로나마 김대인의 행적과 후대의 포상 과정이 수록되어 있다. 『선조실록』의 기사에는 김대인이 임치첨사를 지냈다는 기록도 보이는데, 그를 임치첨사로 임명하는 고신교지가 지금도 남아있다.
김대인의 신상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사선연지도(舟師宣宴之圖)」라는 자료를 통해 그의 자, 본관, 생년, 거주지를 확인할 수 있다. 「주사선연지도」는 1603년 초에 별시를 통해 선발된 수군 합격자들을 모아놓고 어사가 주도하여 잔치를 베푼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의 좌목(座目)에는 별시와 관련된 경상우수영 및 전라우수영 시관 및 참시관 등 15명의 신상이 적혀 있는데, 이들 가운데 김대인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김대인의 자는 원중(元仲), 본관은 김해(金海), 생년은 신유년(1561년), 거주지는 순천이다.
「주사선연지도」의 좌목(座目)에 기록된 15명의 명단을 살펴보면 유형, 신여량, 송여종, 정공청, 송덕일 등 『난중일기』에 등장하는 인물도 여럿 포함되어 있어서 눈길을 끈다. 「주사선연지도」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고, 최근 이를 다룬 논문도 출간되어 있다.
[참고자료]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한국고전종합DB, 안방준(安邦俊)의 『은봉전서(隱峯全書)』
한국고전종합DB, 윤휴(尹鑴)의 『백호집(白湖集)』
이수경, 「신여량의 <주사선연지도> 제작배경 재검토」, 『미술자료』 제93호, 2018, 국립중앙박물관
[윤헌식]
칼럼니스트
이순신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저서 : 역사 자료로 보는 난중일기
이메일 : thehand8@hanmail.net
){kind=small}
){kind=small}
){kind=small}
){kind=sma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