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미안사상은, 저마다 스스로 마음이 향하는 데로 삶을 지향해 가는 철학이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삶이 바로 우주인이고, 홍익인간 재세이화의 주인공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랑가 절창을 통한, 코스미안사상의 지향점’을 향해가도록 이정표를 제시하는, 아랑가 화살표 하나를 제시한다. 정태춘의 <떠나가는 배>.
저기 떠나가는 배 / 거친 바다 외로이 / 겨울비에 젖은 돛에 가득 / 찬바람을 안고서 / 언제 다시오마는 / 허튼 맹세도 없이 / 봄날 꿈같이 따사로운 / 저 평화의 땅을 찾아 / 가는 배여 가는 배여 / 그곳이 어디메뇨 / 강남 길로 해남 길로 / 바람에 돛을 맡겨 / 물결너머로 어둠속으로 / 저기 멀리 떠나가는 배
너를 두고 간다는 / 아픈 다짐도 없이 / 남기고 가져갈 것 없는 / 저 무욕의 땅을 찾아 / 가는 배여 가는 배여 /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 / 꾸밈 없이 꾸밈 없이 / 홀로 떠나가는 배 / 바람 소리 파도 소리 / 어둠에 젖어서 밀려올 뿐 / 바람 소리 파도 소리 / 어둠에 젖어서 밀려올 뿐.
이 노래는, 아랑가(我浪歌)의 진수이다. 한국적인 서정과 서사의 감흥을 흥건하게 머금은 노래이기에 그렇다. 우리는 홍익인간 재세이화를 지향하는 단군의 후손이기에 더하다.
우리 민족의 DNA에는 정과 한과 결기가 묵묵하게 배어 있다. 이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기(氣)와, 어머니의 태반에서 자라면서 영글어 익은 혼(魂)과, 이 기와 혼을 아우른 고유하고 영원할 얼(臬)로, 면면으로 이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늘날, 한류(K~) 에너지의 근간이고, 토대이고, 주춧돌이고, 대들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통용하고 있는, ‘트로트’라고 하는 용어는, 사전적 의미로도, 감흥과 감성적 풍각으로도 연계할 수가 없는 개념이고 장르이다. 그야말로, 1960년대부터, ‘뽕짝’이라는 단어의 대용으로, 얼떨결에 붙여서 오늘날까지 통용하는, 양왜색(洋)倭色)이 혼성된 말이다.
1914년 미국의 가수가 노래한, <FOX TROT>는, ‘여우가 빠르게 달린다’는 의미이다. 원산지가 미국이다. 이것이 일본으로 흘러서, ‘도로또, 도롯또, 도로~도’로 통용되다가,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34년 351일간의 세월터널을 통하여 우리나라로 들어온다. 이것이 1960년대, ‘뽕짝’으로 통하던 우리 노래풍, ‘쿵짝~ 쿵짝~으로 통하는 노랫말과 가창 방식’의 대명사처럼, ‘트로트’라는 이름패를 달게 된다.
절대로 안 된다. 아주 시급하다. 너무 많이 늦었다. 그래서 지금이다. 개명(改名)을 해야 한다. 신작명(新作名)을 해야 한다. 그 새로운 단어(용어, 장르개념)가, 필자가 주창하는, ‘아랑가’이다. 이는 ‘아리랑과 가요를 융합한 단어’이다.
<떠나가는 배>를 듣다 보면, 허탈감도 들고, ‘인생의 부질없음과 삶이란 뭔가’라는 생각이 드는 노래다. 내려놓음과 첫 만남과 이별과 상봉을 생각하게 한다. 사랑과 부질없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시보다 더 시다운 서정이 넘친다. ‘거친 바다, 겨울비에 젖은 돛, 허튼 맹세, 물길 너머 어둠 속으로...’하나 같이 서정의 짙은 물감에 푹 젖은 손수건 같은 눅눅한 말들이다.
꾹~ 쥐어짜면, 외로움과 그리움과 서글픔이 절절이 베인, 눈물이 줄줄줄~ 떨어질 것만 같다. 이것이 한류의 혼이다.
26세의 정태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의 가슴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어휘들이 노랫말로 지어졌고, 듬성듬성한 곡조로 일렁거리는 물결 같은 가락을 엮었다.
정태춘은 1954년 평택에서 5남 3녀 중 일곱째로 태어난다. 그는 평택종고를 졸업할 때까지 바이올린 수업을 받으며, 음대에 진학해서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꿈을 꾸었다. 그런 그가 음유시인(吟遊詩人)으로서, 사회성 짙은 포크를 추구해온 가수, 시인, 작사작곡가, 문화사회운동가가 되어있다.
그의 작품(대중가요, 유행가, 아랑가)은 서정성과 사회성이 아우러진 노랫말에 국악적 특색이 녹아 있는 자연스러운 음률이 더해져 있다. 1978년 자작곡 <촛불>, <시인의 마을>로 데뷔했으며, 1979년 MBC 신인가수상, TBC 방송가요 대상 작사부문상을 수상하였다.
1984년 부인 박은옥과 함께, 부부듀엣 정태춘과박은옥을 결성하여 <떠나가는 배>(1983)와 <북한강에서>(1985)를 발표하여 인기를 얻었다. 이들은 방송·연예 활동보다는 주로 <정태춘 박은옥의 얘기, 노래마당>이라는 3년에 걸친 소극장 투어콘서트를 통해 팬들과 만났다.
한 편의 시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노랫말과 기존 대중가요의 사랑 타령에서 벗어난 현실을 담아낸 한국적인 포크가요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었다. 그의 노래는 ‘아랑가의 깃발이고 푯대’들이다.
정태춘의 노래는, 1980년~1987년 서울의 봄, 터널 속에서 주로 탄생했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서거, 그 해 12.12사태의 거칠거리는 겨울을 보낸 1980년 서울의 봄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었다. 이런 어두운 봄날에 곁눈을 흘기면서, 심장을 콩닥거리면서 만든 노래가,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그 무렵 가수 정태춘이 스스로 싱어송라이팅한 이 곡은, 시보다 더 서정이 넘친다.
정태춘은 음반사전검열제도를 폐지시킨 문화예술사회운동가이다. 1987년 노태우 정권 시절, 이 제도 폐지를 주도했다. 이 덕분에 1975년 긴급조치 9호로 촉발된, 대중가요 금지곡들이 완전하게 해금(解禁)되었다.
1996년에는, '음반사전검열제도'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결을 받아냈다. 이로써, 1933년 조선총독부에서 시행하기 시작한, 레코드음반 취재 규칙으로부터 시행된, 검열과 금지곡의 63년 역사가 막을 내린다.
누가 이런 우리 민족의 혼과 기와 얼이 얽힌 노래를, 함부로 '트로트'라는 이름을 붙였는가? 그리고 60여 년간, 이 용어(단어, 장르)를 무엄하게 통용하는가? 왜~라고 각성하지 않는가.
우리 민족의 얼(臬)과 일상의 관념 속에는, 목구멍에 걸려서, 까칠까질거리면서도 식도를 통하여 위(胃)로 넘어가지 않는, 세 단어, ‘~놈’이 있다. ‘양놈, 왜놈, 뗏놈’이 바로 그 단어이다.
‘양놈’이라는 단어는 서양 사람을 지칭한다. 여기에는 거문도 사건과 병인양요와 신미양요와 같은 역사 속의 갈피들이 얽혀 있다. 코쟁이, 양코백이~로 통용하기도 했던 비속어들이다. 이 말의 자락에는, ‘친미(親美)’라는 손가락질과 풍설과 눈길이 댕강거린다.
‘왜놈’이라는 말 속에는, 무수한 횟수와 포악과 늑살을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왜구~들 망동들이 매달려 있다. 삼포왜란, 을묘왜변, 을미사변, 을사늑약, 경술국치~ 황국신민서사, 창씨개명, 종군위안부 등등이 주렁거린다. 이 말의 씨줄과 날줄에는, ‘친일(親日)이라는 눈 흘김이 쌀쌀거린다.
‘뗏놈’이라는 말은, 턱주거리 아래에 또 하나의 턱살이 달려 있는 모습의 사람들을 묵시한다. 오랑캐라고도 통칭한다. 창포꽃이 필 즈음, 보리이삭이 누렇게 물이 들면서 익어갈 즈음에, 북쪽에서 쳐들어와서 덜 익은 보리이삭을 훔쳐가던 사람들을 지칭한 말이다. 이 단어의 줄기를 흔들어보면, ‘사대주의(事大主義)’라는 말이 달랑거린다. 창포꽃을 오랑캐꽃으로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양왜색(洋倭色)이 본체일 수밖에 없는, 본체인 것이 분명한, ‘트로트’라는 단어와 용어 장르 개념에 대한 반성과 자각은 하지 않는가, 이러한 맥락에서의 각성을 하지 않는가. 무덤덤한가, 그냥 그대로 가자는 관습인가. 매너리즘인가. 상업적 계상(計上)이 바탕 되어 있는가. 아니면 게으른 것인가. 개선과 혁신과 융복합적 창조의 회피인가.
문화체육관광부는 왜, 필자의 제언을 회피하는가, 묵살하듯 하는가. 숙고하지 않는가. 그래서 필자는, ‘아랑가’라는 단어 용어를 ‘특허청에 상표로 출원’하여 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가(제도권)가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국민(개인)이 분발을 해야 한다. 이것은 문화예술적인 의병정신(義兵精神)과도 연계된다.
필자는 코스미안뉴스의 선임기자이다. 한 사람의 열정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공감대는 동행을 유발한다. 그 동행이 유행이 되고, 유행이 확산되면 문화가 형성된다. 그 문화가 지속 확산되면 세상이 변화되고, 그 변화되는 세상은 바로, 코스미안사상의 우주가 되고 바다가 되고 삶이 되고, 영원으로 지향해 가는 지표, 푯대가 된다.
'트로트'라는 말을 '아랑가'로 대체하여, 마르고 달도록 통용하자. 세계만방에 휘날리자. 한류, K-컬쳐라고 하는 깃대의 꼭대기에 ‘아랑가’를 매달고, 한량없이 펄럭거리게 하자. '아랑가'는 '아리랑과 가요를 합친 융복합 단어'이다.
우리는 '글로벌 한류'를 주창하면서, '양류(洋類)'에서 탄생하여, '왜류(倭類)'를 거쳐서, 우리나라에 도입된, '양왜류(洋倭類)' 용어인 '트로트'를, 마치 우리의 본바탕에서 탄생한, 잉태하여 성장한 깃발인 양, 주책도 없이, 대책도 없이 흔들고 있는가. 왜~ 왜~.
[유차영]
한국아랑가연구원장
유행가스토리텔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산학교수
이메일 : 51944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