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석 칼럼]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성, 그리고 인문학의 역할

제6회 코스미안상 대상

[당선 소감]

 

'2024 제6회 코스미안상'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되어 깊은 감사와 기쁨의 마음을 전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성에 대한 저의 고민을 담아낸 글이 이렇게 의미 있는 자리에서 인정받게 된 것은 제게 큰 영예이자 격려입니다.

 

글을 쓰는 과정은 저에게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여정과도 같습니다. 한 문장을 써 내려갈 때마다 새로운 질문과 마주하게 되고, 그 물음을 풀어가며 제 내면의 더 깊은 곳으로 다가가게 됩니다.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고, 무의식의 심연에서 의미를 길어 올리는 이 여정은 늘 새로운 발견과 성장의 기회를 선사합니다.

 

이번 수상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은 글쓰기의 본질이 소통에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사유와 감정, 그리고 시대를 향한 물음들이 서로 공명하며 공유된 이해와 통찰의 장을 만들어 냅니다. 한 문장, 한 단어에 담긴 생각이 독자에게 전해질 때, 그 글은 더 이상 글쓴이만의 것이 아닌 독자와 함께 만들어 가는 새로운 의미의 세계가 됩니다. 각자가 자신의 경험과 질문을 투영하며, 그로부터 더욱 풍성한 해석과 상상력이 피어나는 것을 경험합니다. 이번 수상은 이러한 소통과 공감의 결과라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이 귀중한 상을 수여해 주신 코스미안뉴스와 심사위원 여러분께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인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의 본질과 가능성을 탐구하며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인간다움'의 가치를 꾸준히 되새기고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상 당선작]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성, 그리고 인문학의 역할

 

실리콘 밸리의 광풍은 이제 인간 정신의 성역마저 침범하려 한다. 알고리즘의 촉수가 예술, 철학, 심지어 사랑의 영역까지 뻗치는 것을 보며, 우리는 프로메테우스의 불꽃을 훔쳐 온 인류의 오만을 떠올린다. 신의 영역을 탐하려는 욕망은 결국 파멸을 초래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창조로 이어질 것인가? 인공지능이라는 거울 앞에 선 우리는 이제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한때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의성은 이제 기계 학습의 놀이터가 되었다. 인공지능 시인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모방하고, 인공지능 화가는 렘브란트의 붓 터치를 재현한다. 심지어 음악의 영역에서도 알고리즘은 모든 장르의 노래를 작곡하며 인간 작곡가를 위협한다. 골렘이 흙덩이에서 생명을 얻듯, 인공지능은 데이터의 바다에서 새로운 예술의 형태를 빚어내고 있다.

 

인간의 창의성은 오랫동안 예술과 문학의 원천이자, 철학적 성찰의 중심이었다.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창조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패턴을 모방하고,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과물을 생산하는 것에 불과할까? 만약 창의성이 기존의 자료와 아이디어를 결합하고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하는 것이라면, 인공지능도 충분히 창의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창의성에는 단순한 계산 이상의 무엇, 즉 의식(consciousness)과 경험에서 비롯된 무언가가 포함되어 있다. 인공지능은 창의성을 모방할 수 있지만, 창의성의 깊이와 맥락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가 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감정, 그 미묘하고 불가해한 인간 내면의 풍경마저도 인공지능의 탐구 대상이 된 상태다. 감정 인식 알고리즘은 인간의 표정, 목소리, 텍스트에서 감정의 흔적을 읽어낸다. 이러한 기술은 의료, 교육,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지만, 동시에 감정의 디지털화, 상품화라는 새로운 윤리적 딜레마를 야기한다. 감정이 데이터로 환원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다. 우리는 기계에 감정을 읽히는 것을 넘어, 감정을 조작당하는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

 

인간의 고등한 능력 중 하나인 의사결정 또한 인공지능의 도전에 직면했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은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여 최적의 선택지를 제시하며, 인간의 판단보다 더 효율적이고 정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의료 진단 시스템, 금융 투자 알고리즘 등은 인간의 의사결정을 대체하며 사회 전반에 걸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하지만 기계에 의사결정을 위임하는 것은 단순히 효율성의 문제를 떠나 책임, 윤리, 그리고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만약 기계가 모든 결정을 내린다면, 인간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인문학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기술이 인간 존재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지금, 인문학은 그 경계를 다시 그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철학은 인공지능 시대의 윤리적 딜레마를 탐구하고, 문학은 인간 감정의 복잡성을 조명하며, 역사는 기술 발전의 궤적과 그 함의를 분석해야 하는 것이다. 예술은 인간 창의성의 본질을 탐구하고, 인류학은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문학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중요한 은유를 제공할 수 있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떠올려 보자. 그 이야기는 인간이 자신의 창조물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창조물이 독립적인 존재로서 인식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여러 질문을 던진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창조자를 배반하는 순간, 인간과 기술의 관계에 관한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가 실현된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권한과 책임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또 다른 창조물이다. 우리가 그 창조물을 어떻게 다루고, 그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할지에 따라 우리 자신에 대한 정의도 달라진다. 역사적으로 기술 발전은 인간의 삶에 많은 혜택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인간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왔다. 기계가 농업을 대체할 때, 산업 혁명이 일어났을 때, 그리고 이제는 인공지능이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을 대체하려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인간의 고유성을 재정의할 필요에 직면해 왔다. 그 과정에서 인문학은 늘 우리에게 인간이 무엇인지를 묻고, 인간으로서의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도록 도왔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뛰어넘는 특이점(singularity)에 대한 논의는 기술적 가능성을 넘어 철학적,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만약 기계가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된다면, 인간의 가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지능이라는 단일 잣대로 인간의 존엄성을 평가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은 우리에게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단순히 생물학적 존재를 넘어, 의식, 감정, 관계, 의미 추구라는 인간 고유의 특징을 재조명해야 한다.

 

인문학은 우리에게 기술이 아닌 인간의 본질을 성찰할 수 있는 프레임을 제공한다. 그것은 단순히 인공지능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없는지에 대한 논쟁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우리가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기술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인문학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를 향한 나침반이다. 기술의 발전 속에서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면, 우리는 인문학적 사유를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끊임없이 되묻고 탐구해야 한다. 이는 인공지능 시대의 중요한 문제이며, 인문학은 그 답을 찾는 여정에 필수적인 지침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들 수 있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 즉 테크놀로지와 휴머니티의 조화로운 발전이 필수적이다.

 

우리는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인간의 본질과 그 의미에 대해 꾸준히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이 던져질 때마다, 인문학은 여전히 그 중심에서 우리에게 길을 제시하는 등불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결국 그 안에 인간성이라는 불가사의한 요소가 깃들지 않는다면, 우리는 여전히 그 경계에서 인간과 기술을 구분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경계는 인문학의 질문 속에서 계속해서 재조명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은 단순히 지식 습득을 넘어, 비판적 사고,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계가 모방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계발함으로써, 우리는 인공지능과의 경쟁이 아닌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다. 인간과 기계는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고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미래 사회의 핵심 과제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성은 기술과 인문학의 끊임없는 대화 속에서 형성될 것이다. 기술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구를 제공하고, 인문학은 그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과 그 의미를 탐구한다. 우리는 기술 발전에 대한 맹목적인 찬양이나 막연한 두려움을 넘어,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시각으로 인공지능과의 공존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성은 끊임없이 진화하는 질문이다. 그 답은 기술 안에 있지 않다. 기술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것이 진정한 질문일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주어진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다. 이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기회를 창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우리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통찰력을 발휘해야 한다.

 

인간과 기계의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미래는 지금, 여기에서 시작된다. 인공지능의 차가운 논리와 인간의 따스한 감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인간성의 지평이 열릴 것이다. 그 지평 너머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갈 이야기다.

 

작성 2024.10.17 09:39 수정 2024.10.1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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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