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숙의 시의 향기] 겨울 바라기 미워서

민은숙

 

겨울 바라기 미워서

 

 

떨어지는 건 낙엽인데 왜소해지는

당신이 바라만 보는데도 아련합니다

 

빽빽했던 침엽수림이 문득

내려다보고만 정수리가 너무 밝아서

눈시울이 단풍이 됩니다

 

언제 이렇게 소리도 없이 낙엽이 진 걸까요

 

무정한 바람이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이제라도

슈룹이 되고 싶습니다

한 잎이라도 지킬 수 있게

 

붉은 건 잎사귀인데 사랑이 왜 붉어질까요

 

자식 바라기 외사랑은 활활 타오릅니다

장작은 조금만 남았는데

숙성되다 피고 남을 애달픈 마음

미안하고 가련해서 그만 받고 싶은데

가는 사랑이 오는 사랑을 이기지 못합니다

염치도 없이

 

 

[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

코스미안상 수상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당선

환경문학대상
직지 콘텐츠 수상 등

시산맥 웹진 운영위원
한국수필가협회원
예술창작지원금 수혜

이메일 sylvie70@naver.com

 

작성 2024.10.23 09:26 수정 2024.10.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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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