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 칼럼] 제비

정성수

[제6회 코스미안상 은상 당선 소감]  수상은 격려의 메시지

 

제6회 코스미인상 인문 칼럼 공모전에서 ‘교권’과 ‘제비’라는 두 작품을 통해 각기 다른 문제의식을 칼럼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교권’에서는 학교라는 공간이 단순한 건물이 아닌, 진정한 스승과 참 교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교권이 침해받고, 교육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절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교육의 본래 의미를 되찾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또한 ‘제비’에서는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제비는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상징하는 존재로,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비가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농약 사용을 줄이는 일은 단순한 생물 보호를 넘어,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길임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자연과 조화로운 공존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수상을 통해 제기한 문제들이 많은 사람에게 공감과 논의의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교육과 환경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주제에 대한 관심과 고민을 지속하여, 더욱 깊이 있는 글을 써나가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공모전에서 칼럼과 수필의 경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칼럼은 특정 주제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며, 객관적이거나 논리적인 내용을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신문이나 잡지에 실리는 칼럼은 독자들에게 특정 문제에 대한 분석이나 비평을 제공합니다. 반면, 수필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 감정, 사색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글입니다. 

 

그럼으로써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작가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따라서 칼럼은 주로 정보 전달과 설득을 목적으로 하지만, 수필은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많은 작가가 칼럼과 수필을 혼동하거나 잘못 이해하는 것을 보면서 참고가 되기 바라는 마음을 담아 사족으로 붙입니다. 

 

끝으로, 공모전을 개최해 주신 주최 측과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상은 저에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라는 격려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비 

 

해마다 삼짇날이 되면 강남에 갔던 제비가 돌아왔다. 주로 동아시아 일대와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여름 철새 제비는 중국 장강 이남 지역 강남을 거쳐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겨울을 보내고 우리나라에 온다. 

 

여름이 되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새가 제비다. 논과 밭이 있는 지역에는 수많은 제비들이 전깃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강원 속초, 경남 밀양, 경북 상주, 전북 전주, 제주도 지역 같은 곳에서 제비들은 지천이었다. 하지만 요즘 제비를 본다는 것은 꿈에 떡 얻어먹기다.

 

비행 능력이 뛰어나고. 날곤충 사냥을 매우 잘하는 제비는 논 주변이나 웅덩이에 서식하는 모기를 한 마리씩 잡아먹을 정도의 실력을 자랑한다. 특히 제비는 다른 동물에 비해 사람을 겁내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이 사는 집 처마에 둥지를 튼다. 이는 천적을 피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천적인 매나 황조롱이 등은 사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이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처마 밑에 집을 지음으로 서 고양이에게까지 안심할 수 있다. 

 

옛날에는 초가집이나 기와집 처마에서 제비가 집을 짓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제비와 삼나무’라는 동화 이야기는 제비가 삼나무 씨가 자라면, 새를 잡는 그물로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다른 새들에게 나무를 뽑아야 한다고 충고하는 내용이다. 다른 새들은 제비의 충고를 무시한다. 삼나무의 새순이 돋아나자 제비가 다시 한번 경고했다. 다른 새들은 여전히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제비는 다른 새들이 사는 숲을 떠나 사람들이 사는 집 처마에 둥지를 틀었다. 다른 새들은 삼나무로 만든 그물에 걸려 후회했다. 이 이야기는 제비가 처마 밑에 집을 짓게 된 이유를 알려준다. 흥부와 놀부라는 이야기에서 흥부는 제비 다리를 고쳐주고 금은보화를 얻었다. 반면 놀부는 제비 다리를 분질러 놓고 도깨비들에게 곤욕을 치렀다.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는 말이 있다. 이는 제비의 먹이인 날곤충들이 습기가 많아지면 날개가 무거워져 낮게 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에서는 제비가 낮게 나는 것을 이별의 상징으로 본다. 비가 내리는 것이 이별을 뜻하고, 제비가 낮게 나는 것은 곧 비가 올 전조라고 보기 때문이다. 멕시코 역시 제비는 이별을 상징한다. 멕시코 민요 ‘제비La Golondrin’는 대표적인 이별 곡이다. 이처럼 제비는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새로 묘사되며, 상황에 따라 길조가 되기도 하고 흉조가 되기도 한다.

 

제비가 집을 짓는 곳은 먹잇감이 풍부하고 집을 지을 진흙과 지푸라기를 구하기 쉬운 논밭 근처의 사람이 사는 집 처마 밑이다. 특이한 것은 조건이 다 갖춰져도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제비가 집을 짓지 않는다는 것이다. 빈집은 천적으로부터 안전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제비는 사람이 사는 집 처마에 둥지를 틀 정도로 순한 성격이다. 하지만, 가끔 위협하는 행동을 보일 때가 있다. 알이 부화했을 경우다. 이 시기는 새끼들을 건사하는 시기로 암수가 극도로 예민하다. 사람들이 시끄럽게 하거나, 농기계의 소음이 들리면 스트레스를 받아 위협하는 행동을 취한다. 이때 빠른 속도로 사람의 머리 위를 돌거나, 발톱으로 할퀴는 모습을 취한다. 하지만 사람을 다치게 하는 예는 없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당해보면 상당히 위협적이다. 이런 연유로 어린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제비가 집을 지으려 하면 부숴버리기도 했다. 도심에 둥지를 트는 제비들은 소음에 익숙하여 차들이 소리를 내며 쌩쌩 달려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기도 한다.

 

제비는 민첩하고 매끈해 멋지다는 인상을 준다. 그런데도 제비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사용한다, 바로 제비족이다. 80년대의 춤 선생을 지칭하는 말이다. 제비족의 뿌리를 찾아보면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빠르고 민첩한 동작을 하기 때문에 춤추는 사람들을 제비에 비유한 것이다. 제비라는 단어 뒤에 붙은 '족’이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를 더하기 때문이다. '족’은 집단이나 무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제비+족’으로 부정적인 색채를 진하게 한다. 이는 사회적 편견과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춤이 진지한 직업이나 취미가 아니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편견은 춤을 통해 문화와 예술을 표현하고, 감정을 공유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많은 사람에게 불공평하다는 인식을 준다. 춤은 우리의 인간성을 표현하는 한 가지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비족’이라는 단어는 춤추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 된다. 따라서 그들의 열정과 헌신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마땅하다. 또한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일원임을 알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과 기쁨을 축하해야 한다. 이것은 춤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주어져야 할 공정한 대우다.

 

겨울에는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하고 봄에는 다시 북쪽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하는 새가 제비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비를 거의 볼 수가 없다. 이런 현상은 도시화와 농업의 현대화로 인해 제비가 살 수 있는 공간이 줄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제비의 주 먹이인 벌레들도 환경오염과 농약 사용으로 감소한 데에도 이유가 있다. 이처럼 서식지와 먹이가 줄어들면서 제비는 생존하기 어려워졌다.

 

제비는 우리에게 유익한 새임이 틀림없다. 하루에 자신의 몸무게의 2배에 달하는 벌레들을 잡아먹어 해충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제비의 똥은 비료로 쓸 수 있고, 깃털은 보온재로 사용한다. 인간과 오랜 시간 동안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으며, 제비의 울음소리는 봄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제비를 보호하기 위해서, 제비가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농약의 사용을 줄여,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그 많던 제비는 어디로 갔나! 

 

작성 2024.10.31 10:22 수정 2024.10.3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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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