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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84)
나는 과거와 작별을 시작하려 한다네
과거와 작별하지 못하고 나를 나에게 신탁하면
나는 영원한 나의 식민지가 된다는 걸 알았다네
과거와의 작별은 간결할수록 아름답고
미래와의 만남은 아름다울수록 간결하다네
메타언어를 뒤집어쓴 사유의 존재 안에서
나의 고독은 시간을 쪼아먹으며 성장해 가는데
이젠 사랑으로 사랑을 말하지 않을 것이며
이젠 고통으로 고통을 말하지 않을 것이라네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정신의 지류를 만나야
앞으로 나아가서 비로소 내가 되는 것처럼
나는 나를 떠나 더 큰 나를 만나려 한다네
나는 사랑이 아니라 사랑이 나였음을
자유의 현기증에 감염된 불안을 안고
난데없이 붉게 물든 단풍이 아름다운 날
과거의 나와 작별을 선택하고 말았다네

[전승선]
시인
자연과인문 대표
이메일 : poet196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