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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논
산골 묵혀둔 다락논
잡초와 나무가 빽빽이 들어앉았다.
누렁이 쇠방울 소리
개구리 울음소리
끊어진지 오래 되었다.
봄이면 벼를 심고
가을이면 알곡을 거두어들이던
늙은 농부
산기슭에 잠든 뒤부터
다락논 주위를 맴돌던 잡풀들이
제 맘대로 뿌리내렸다.
주인이 뒤바뀐 다락논
부동산중개사들이 들락날락
도시로 나간 농부 자식들
아버지 무덤가 수북이 돋아난 잡풀들은
가을이면 벌초 대행에게 맡기고
해마다 한 차례
아버지 성묘는 하는 둥 마는 둥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며
다락논에다
노다지 풍선을 부풀리고 있었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