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바다가 있는 골목길

전승선





바다가 있는 골목길





물 좋은 갈치 왔어요.

물 좋은 고등어 왔어요.

바다에서 방금 잡아 올려 싱싱합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생선 장사 아저씨가

골목길에 푸른 바다를 풀어 놓습니다

생선들에게 윙크 한 번 보내고

반으로 뚝 잘라 왕소금을 뿌리면

생선장사 아저씨 좌판 위에서 바다가 춤을 춥니다.

고등어를 한 번 뒤집으면 등 푸른 파도가 출렁이고

갈치를 들었다 놓으면 은빛 물결이 일렁입니다.

미련 없이 바다를 툭툭 털어내는 아저씨 손끝에서

고단한 어부의 노동이 비늘처럼 반짝이고

골목길이 푸른 바다가 됩니다.

생선장사 아저씨의 확성기 속에는

윤회를 기다리는 생선들이

오늘도 밥상 위 피안을 꿈꾸고 있습니다.





편집부 기자
작성 2019.08.31 08:56 수정 2019.08.3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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