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대륙이 하나의 나라인 유일한 국가로 세련된 도시부터 천혜의 자연까지 모든 것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지다. 그중에서도 요즘 떠오르는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곳이 호주의 북동부에 자리한 퀸즐랜드주다. 퀸즐랜드주는 어떤 매력이 있는 해외 여행지일까? 존재만으로도 감동을 선사하는 광활한 자연과 바다, 이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려고 호기심을 한가득 안고 한밤중에 인천공항에서 출발, 약 10시간 걸려 다음 날 아침 퀸즐랜드주 주도(州都) 브리즈번 공항에 도착한다. 한국과의 시차가 불과 1시간밖에 차이가 나지 않다 보니 장거리 비행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피로를 느끼지 않아 다행스럽다.
퀸즐랜드에는 브리즈번, 골드코스트, 케언즈 등의 주요 도시가 있다. 그중에서 브리즈번(Brisbane)은 호주 퀸즐랜드주의 주도(州都)이자 호주를 대표하는 3대 도시 중 하나로 지리적으로는 골드코스트와 선샤인코스트 사이에 위치해 있다. 브리즈번은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으며, 활기차고 여유로운 호주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는 호주의 대표 도시 중 하나이다. 호주에서 가장 ′핫′한 도시로 급부상 중인 브리즈번은 특히 최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트래블(American Express Travel)에서 발표한 ′2025년 가장 주목해야 할 도시 1위′에 선정됐으며, 뉴욕타임즈가 발표한 ′2024년 방문해야 할 여행지 52곳′ 중 호주 도시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오는 2032년 올림픽 개최지로서 확정되면서 다시 한번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도시다.
브리즈번은 화창한 아열대 기후와 아름다운 자연의 미가 조화된 활력 넘치는 도시이다. 브리즈번 최고 명소인 사우스뱅크파크랜드(South Bank Parklands)은 브리즈번강 남단 5만 평의 부지에 녹지 공간, 문화 공간, 다양한 부대시설들이 갖춰진 도심 속 휴식처이자 복합테마단지다. 공원 내 인공해변인 스트릿 비치에서 물장구치는 아이들과 커다란 야자수 아래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발길이 닿는 대로 브리즈번 도심을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미술관, 박물관, 문화센터, 대학교 등 다양한 장소에서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만나볼 수 있다.
한국과 계절이 반대인 호주의 봄(9월~11월)에는 도시의 가로수인 자카란다 나무에 꽃이 만개하여 도심을 보랏빛으로 물들인다. 자카란다는 꽃잎의 색이 연보랏빛을 띠는 가로수로, 이 나무가 있는 거리는 온통 보랏빛으로 물든다. 이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는 벚꽃축제를 하듯 여기서는 자카란다 축제가 열린다. 도심 곳곳에서는 플리 마켓이 열리고 녹지 공간에서 즐기는 피크닉이 브리즈번 로컬들에게는 일상이다. 공원 곳곳에는 바비큐 시설이 구비되어 간편하게 바비큐 피크닉을 열 수도 있다.
이스트 브리즈번 언덕에 있는 캥거루 포인트는 원래 영국에서 온 죄수들의 초기 정착지이자 도시의 가장 오래된 외곽지역이다. 강의 절벽에 공원을 조성하여 브리즈번 강줄기를 따라 형성된 도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강가로 내려가 산책을 즐기거나 가파른 암벽을 등반하는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전망대 오른쪽에 보이는 스토리브릿지는 도심을 관통하는 브리즈번강 사이를 잇는 길이 1,375m, 높이 80m의 철제 다리인데 스토리브릿지 클라이밍을 신청하면 철제 건축물 위를 아슬아슬 오르는 짜릿한 경험을 즐길 수 있다.
브리즈번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은 '리버 투 베이(River to Bay)'이다. 브리즈번을 굽이굽이 관통하고 있는 브리즈번강을 여유롭게 즐기는 크루즈 투어는 약 2시간가량 소요되며 캥거루 포인트 절벽, 브리즈번 시티센터, 스토리브리지 등 브리즈번의 명소들을 짧은 시간에 배에서 둘러볼 수 있다. 강을 가로지르는 배에서 보는 브리즈번 풍경은 또 다른 느낌이다. 높게 솟은 고층 빌딩과 초록빛 자연의 조화가 눈을 즐겁게 해준다. 브리즈번의 시원한 강바람은 여유로운 이 도시의 풍경만큼이나 여정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호주 퀸즐랜드주에 있는 브리즈번에서 남쪽으로 94km 이동하면 황금 해변 도시 '골드코스트(Gold Coast)'에 도착한다. 사우스포트부터 쿨랑가타까지 약 43㎞에 이르는 황금빛 해변을 자랑하며, 햇빛에 반사되는 모래사장이 황금빛을 띠기 때문에 ′골드코스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실제로 보면 끝없이 펼쳐진 해변뿐만 아니라 눈이 시릴 만큼 파란 하늘과 바다, 그리고 하얀 파도가 사랑받을 만한 멋진 장관을 이루고 있다. 햇살이 가득한 좋은 날씨와 황금빛 해변을 즐기기 위해 1년에 천만 명이 방문하는 퀸즐랜드주의 대표적인 휴양지다.
서퍼스 파라다이스(Surfers Paradise)는 골드코스트에서도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지역 이름처럼 서퍼들의 천국인 서퍼스 파라다이스는 서핑을 타기에 최적의 파도와 날씨를 가지고 있는 곳이라 매년 세계적인 서퍼들이 참가하는 서핑대회가 열린다. 그래서 이 지역은 서퍼들과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액티브한 에너지가 살아 숨 쉰다. 5km에 이르는 해안선을 따라 높은 건물들과 레스토랑, 상점이 줄지어 있어, 끝이 보이지 않는 황금빛 해변의 파도와 반대편에 있는 줄지어 서 있는 마천루가 펼치는 풍경은 마치 그림엽서처럼 아름답다.
골드코스트 여행의 백미는 역시 멋진 경치와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요트 크루즈다. 초호화 요트를 타고 6개의 섬으로 이어진 소버린 아일랜드에서 골드코스트의 경치를 즐긴다. 살갗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해풍과 파란 하늘을 헤집고 내려오는 햇살들의 짜릿함을 기분 좋게 실감한다. 소버린 아일랜드는 골드코스트의 베버리힐즈라 불리는 호주 최고의 부촌으로 패리스 힐튼과 성룡의 별장도 여기에 있다고 한다. 인공섬으로 만들어져 모든 집이 바다와 접해있고 집 앞에는 개인 요트가 정박 되어 있다.
집들 사이로 난 물길을 따라 요트가 이동하면서 집들을 구경하는데 이곳에 자기 집이 있다는 50대 중반의 요트 선장이 해안가 마을의 헬기장을 갖춘 하얀색 큰 주택을 가리키며 이 동네에서 가장 비싼 집인데, 집값이 무려 300억을 넘는다고 소개한다. 4~10월 사이에는 돌고래가 유영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해서 11월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바다를 응시해 보지만 돌고래는 깜깜무소식이다. 선상에서 마시는 샴페인 한잔으로 영화 속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하고, 부두로 돌아올 즈음에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 이어 요즘 인기 절정인 로제의 ′아파트′ 노래까지 틀어줘 크루즈 분위기는 절정에 이른다.
서퍼스 파라다이스 해변에서 5분 거리인 호텔에서 도심의 야경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더니 도심에는 고등학생 교복을 입은 호주 학생들로 가득하다. 호주 고등학생들도 우리나라 고3처럼 11월이 되면 졸업시험을 친다. 시험이 끝나면 11월 중순에서 12월 초까지 수험생 할인처럼 많은 클럽과 펍, 옷가게 등 다양한 형태의 할인이 이루어지는데, 전국의 호주 고등학생들이 이곳 서퍼스 파라다이스에 모여 자유분방한 스쿨리스(Schoolless) 기간을 즐긴다고 한다. 해방감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활동하는 학생들로 인해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편치 않아 다시 숙소 근처로 돌아온다. 해변에 자리한 이탈리안 카페에서 피자와 맥주를 즐기며 가만히 앉아서 어둠 속에서 부서지는 하얀 파도를 바라보면서 골드코스트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골드코스트의 하루는 해안가 조깅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5시면 해가 뜨는 곳이라 아침 일찍부터 해안가를 따라 조깅을 하거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1시간 동안 이들과 함께 조깅을 마친 후 골드코스트 공항으로 이동한다. 사흘간 머물렀던 골드코스트를 떠나 시드니로 향하는 국내선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이륙하자마자 비행기 창을 통해 이틀 전 다녀온 '커럼빈 야생동물 동물원'이 보인다. 알코올 성분이 들어있는 유칼립투스 잎을 먹고 취해 나무기둥에 매달려 잠만 자던 코알라 얼굴이 떠올라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남한의 17배나 되는 호주 퀸즐랜드에서 만난 다양한 자연과 사람들을 경험한 여행은 여유롭고 편안하며 낭만 넘치는 힐링 그 자체였다.
시드니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선반에 있는 짐을 꺼내려고 급하게 일어서는 집사람에게 한마디 던진다.
″여보게. 뭘 그리 서두르나. 어차피 인생은 뚜벅뚜벅 걷는 것인데. 앞서려 서두르지 않으면 인생이 여여(如如)하다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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