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의 대한민국 시골 풍속도] 폐가

김관식

 

폐가 

 

 

새마을운동 지붕개량

슬레이트 지붕, 블록담장 

이제 너무 낡아 쓸모가 없어졌다.

 

삼겹살 구워먹던 슬레이트 불판

발암물질 천덕꾸러기

치우려면 방역 복 입고

당국에 신고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

그대로 놓아두고

폐가 지붕들은 폭삭 내려앉아 있었다.

 

한차례 지진이 휩쓸고 간

흉측하게 금이 간 블록담장

선거철이면

새 인물 벽보가 양복입고 갓을 쓰고 있었다.

 

내 집 앞 내가 쓸고

마을 골목길 깨끗하게 청소하며 

잘 살아보자 다짐했던 70년대 새마을정신 온데 간 데 없고

온 마을이 박물관이 되었다.

 

현수막 당선사례, 오리 알 낙선 인사

당파싸움 비방 문구, 선심성 헛소리 나불나불

길거리마다 즐비하게 팔랑팔랑

도로 포장 선거공약 이제는 내밀 수도 없게

날만 새면 새로 뚫린 도로들이

거미줄을 치고 있었다.  

 

지역 당 허물 뒤집어 쓴

슬레이트 같은 인물들만

선거철만 되면 만나는 사람마다

이웃사촌처럼 굽신굽신

복지수당, 농어민수당 인상 공약 내밀고

당선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거드름 피우며

새마을 유적 박물관장이 되어

떵떵거리고 있었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

 

작성 2024.12.05 09:51 수정 2024.12.0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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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