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우주 [기자에게 문의하기] /
폐가
새마을운동 지붕개량
슬레이트 지붕, 블록담장
이제 너무 낡아 쓸모가 없어졌다.
삼겹살 구워먹던 슬레이트 불판
발암물질 천덕꾸러기
치우려면 방역 복 입고
당국에 신고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
그대로 놓아두고
폐가 지붕들은 폭삭 내려앉아 있었다.
한차례 지진이 휩쓸고 간
흉측하게 금이 간 블록담장
선거철이면
새 인물 벽보가 양복입고 갓을 쓰고 있었다.
내 집 앞 내가 쓸고
마을 골목길 깨끗하게 청소하며
잘 살아보자 다짐했던 70년대 새마을정신 온데 간 데 없고
온 마을이 박물관이 되었다.
현수막 당선사례, 오리 알 낙선 인사
당파싸움 비방 문구, 선심성 헛소리 나불나불
길거리마다 즐비하게 팔랑팔랑
도로 포장 선거공약 이제는 내밀 수도 없게
날만 새면 새로 뚫린 도로들이
거미줄을 치고 있었다.
지역 당 허물 뒤집어 쓴
슬레이트 같은 인물들만
선거철만 되면 만나는 사람마다
이웃사촌처럼 굽신굽신
복지수당, 농어민수당 인상 공약 내밀고
당선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거드름 피우며
새마을 유적 박물관장이 되어
떵떵거리고 있었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